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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는 양지다. 단 한번의 골로 스타가 된다. 수비수는 음지다. 잘 하면 본전이다. 단 한번의 실수로 역적이 된다.
이번 주 테마랭킹은 공격수에 비해 조명을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수비수들에 초점을 맞췄다. 득점과 도움 등 공격포인트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랭킹의 특성상 공격수가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비수는 승리와 함께 무실점 경기를 연출할 경우 출전시간에 비례해 점수를 배정한다. 공격포인트 없이도 풀타임 출전하면 최대 15점을 받을 수 있다.
11명 중 10명이 수비에 가담하는 부산의 극단적인 질식축구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최고의 후방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승점 19점(6승1무1패)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8경기에서 3실점에 불과하다. 결과는 현실이었다. 수비수 1위는 오른쪽 윙백 오범석(28)이 차지했다. 그는 올시즌 쉼표가 없다. 8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며 1도움을 기록했다. 수원은 11일에는 포항, 14일엔 대구를 각각 2대0, 1대0으로 물리쳤다. 180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오범석은 각각 15점씩(선발 출전 5점, 승리 5점, 무실점 풀타임 5점)을 받아 30점을 추가, 113점을 기록했다. 전체 7위로 수비수 중에선 으뜸이었다. 수원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그는 영리한 플레이와 투지로 수비라인을 리드하고 있다.
3위는 올시즌 광주에서 제주로 이적한 허재원(28)이었다. 왼쪽 윙백인 그는 수원에서 프로에 데뷔했지만 미완의 대기였다. 지난해 광주에서 주전자리를 꿰차며 도약했다. 제주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스피드가 뛰어난 그는 오버래핑이 뛰어나다. 제주에서 전술적으로 수비에 치중하지만 무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96점으로 20위에 포진해 있다.
울산과 A대표팀의 캡틴 곽태휘(31)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병행해도 흔들림이 없다. 91점으로 24위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순위다. 제주의 중앙수비수 홍정호(23)가 5위(88점·전체 30위)에 오른 가운데 김진규(27·서울) 오재석(23·강원·이상 전체 33위·83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질식수비' 부산의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주인공은 전체 45위(78점·수비수 11위)인 김창수(27)였다. 명성과는 온도 차가 있다.
수비수는 한없이 외로운 지점에서 90분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래서 그들의 활약이 더 값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