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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닻을 올린 최강희호가 실전 모의고사를 치른다.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을 준비하기에 앞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점찍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최강희호의 현재와 쿠웨이트전을 앞둔 상황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는 계기다.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최강희 감독의 대표전술인 '닥공(닥치고 공격)'이 A대표팀에서는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고, 둘째는 최강희호의 중심축을 이룬 K-리거들의 활약 여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최강희호의 황태자 자리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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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측면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공격시에는 상대의 빈 팀을 효과적으로 노릴 수 있고, 수비에서는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다. 전남 영암에서 진행한 A대표팀 훈련에서도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할 수비수들을 따로 불러모아 이를 설명했을 정도다. 우즈벡전에서 측면 플레이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A대표팀식 닥공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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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호 1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K-리거의 대거 합류다. 해외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는 이정수(알사드)와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단 3명 뿐이다. 당장 시급한 쿠웨이트전 승리를 위해서는 경기 이틀 전에 합류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유럽파보다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이 거의 완성된 K-리거들을 내세워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최 감독의 판단이 작용했다. 그동안 K-리거들이 A대표팀에서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유는 경쟁력이었다. 해외파와 기량과 경험 차이가 분명하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력을 놓고 따져보면 간격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최 감독의 견해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주전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이정수와 박주영, 기성용 모두 쿠웨이트전 주전 낙점이 유력히 점쳐지는 선수들이다. 박주영은 섀도 스트라이커,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K-리거들 입장에서는 우즈벡전에서 이들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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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A대표팀이 새 체제에 접어들 때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비 때 해결사 역할을 해주거나 첫 발탁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들이 주로 부각됐다. 이들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황태자'다. 전임 조광래 감독 시절에는 구자철과 윤빛가람(성남) 손흥민(함부르크) 서정진(전북)이 황태자 칭호를 부여 받았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는 곽태휘(울산)와 이청용(볼턴) 기성용이 황태자로 불렸다.
최강희호 1기의 황태자 유력 후보는 역시 이동국(전북)이다. 2009년부터 3년간 전북에서 최 감독과 동고동락하며 신뢰를 쌓았다. 최 감독은 전북 시절 이동국이 A대표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할 때 마다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우즈벡, 쿠웨이트전에는 이미 이동국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낙점해 놓았다. 김두현(경찰청)과 한상운(성남)도 후보군에 속해 있다. 김두현은 최근 R-리그(2군리그) 및 내셔널리그 팀만 상대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암 훈련 첫 날부터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면서 최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맹활약하면서 이미 우즈벡전 선발로 낙점을 받은 상태다. 한상운은 K-리그 성남 일화로 이적해 처음으로 치른 홍콩 챌린지컵에서 놀라운 왼발 프리킥 능력을 앞세워 새로운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탄생을 알렸다. 최 감독은 우즈벡전에서 한상운을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