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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경기에 나서면 J-리그 최연장자 출전 기록이 바뀌고, 골을 넣으면 최연장자 골 기록이 새로 만들어 진다. J-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미우라 가즈요시(45·요코하마FC). 1986년 브라질 산토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팔메이라스(브라질) 제노아(이탈리아)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시드니 FC(호주) 등 그가 거쳐간 팀만 5개국, 13개 팀(중복 제외)에 이른다. 1993년 출범한 J-리그의 인기몰이도 그가 앞장섰다. 2011년까지 26년간 프로생활을 했던 그는 지난 1월 현소속팀 요코하마 FC(J2-리그)와 재계약에 성공하며 27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동시대에 아시아를 주름 잡았던 홍명보(43·올림픽대표팀 감독) 황선홍(44·포항 감독)은 2002년 그라운드를 떠나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의 현역 시계는 여전히 멈출 줄 모른다. 외모만 세월을 빗겨가지 못했다. 흰 머리가 희긋해졌으며 얼굴에는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는 주름이 가득했다. 그래도 그는 뛰고 또 뛴다. 팬들의 관심도 인기도 여전했다. 방송 카메라를 비롯해 그를 보기위해 팬들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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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를 묻자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축구를) 그만 둘 이유가 하나도 없다. 팀 훈련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기술도 아직 충분하다. 모든 정열을 다 쏟아내고 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그를 아직도 그라운드로 이끌고 있었다. "나는 축구를 하는게 순수하게 좋다. 지금도 연습하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몇살까지 현역 생활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다른 선수들이 하는 훈련을 따라하지 못하고 내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게 없어진다면 그때 물러날 것이다. 한국, 중국, 남미, 중동 등 어디든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나는 그 팀으로 간다."
미우라는 15일 연습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해 이날 울산전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훈련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소화했다. 운동 후 벤치에서 아이싱을 하는 것도 거르지 않았다. 소속팀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우상이자 살아있는 교본이었다. 김호곤 감독도 미우라의 자기 관리에 혀를 내둘렀다. "언제적 미우라인데 아직도 뛰나. 정말 대단한 선수다. 우리가 괌으로 전지훈련을 갔을때 거기서 미우라를 만났다. 매해 가족들과 괌에서 체력 훈련을 한다고 하더라. 몸을 혼자 만들고 팀에 합류한다. 이런 철저한 관리덕분에 지금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미우라에게 은퇴 후 계획은 없다. 단, 감독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다. "축구를 잘 모르니 감독을 할 수 없다. 그라운드에서는 축구를 잘 알지만 벤치에서 보는 축구는 못한다. 내가 잘 하지도 못하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꿈은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 1990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은 부상으로 낙마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에 나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대표팀에 발탁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성적을 내야하지만 팀 성적도 좋아야 한다. 올시즌 최선을 다해 팀 성적을 끌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국내팬들에게 미우라를 알린 한-일전에 대한 추억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한국선수중에는 김주성(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이 역대 최고 같다. 동시대 '아시아 넘버 원'이었다. 현재는 박지성이(맨유) 최고지만 직접 비교하면 김주성이 더 뛰어나다. 한-일전을 다시 뛰어보고 싶다. 자케로니(일본 대표팀 감독)에게 나를 뽑아달라고 얘기 좀 해달라."
미야자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