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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본의 아닌 하마평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쾌거를 이룬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해성 수석코치도 때가 아니라며 나서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국내외 지도자 물색에 나섰다. 김 감독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협회 출신(전무이사)이라 대표팀 맡는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며 고사했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울산 팬들은 김 감독의 대표팀행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울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말 김 감독은 "리그 선두를 달릴 때 대표팀 사령탑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팀에 여러가지 누를 끼쳤다. 혼란 때문에 생긴 시즌 중반 부진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김 감독의 심정은 묘하다. 하지만 본의 아닌 감독 후보 추천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국제무대 경험과 선수 지도력을 일정 부분 인정 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8강(역대 최고 성적)에 들었고, 올시즌 울산의 선전에서 보듯 베테랑과 신인 선수들을 어루만져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어냈다. 단기전에서의 꼼꼼한 준비와 지도력도 눈길을 끌만했다. 축구협회 전무이사 출신이라는 점이 요즘같은 분위기에선 오히려 마이너스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대표팀 감독 물망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