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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닌 하마평 김호곤, 얻은 것도 많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12-22 13:49 | 최종수정 2011-12-22 13:49


◇김호곤 울산 감독. 스포츠조선 DB


김호곤 울산 감독은 막판까지 A대표팀 사령탑 유력 후보였다. 올시즌 울산의 챔피언십 선전과 단기전의 효율적인 실리축구가 호평을 받았다. 본인이 계속 손사래를 치는 가운데서도 김호곤 감독의 이름은 후보군 맨 앞자리에 꽤 오랜 기간 머물러 있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 마음에 둔 적은 없지만 대표팀, 한국축구에 대한 걱정은 축구인이라면 누구나 있다. 최강희 감독이 잘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것 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내년 시즌 준비를 벌써부터 시작했다.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팀 전력 업그레이드에 모든 신경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본의 아닌 하마평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쾌거를 이룬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해성 수석코치도 때가 아니라며 나서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국내외 지도자 물색에 나섰다. 김 감독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협회 출신(전무이사)이라 대표팀 맡는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며 고사했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울산 팬들은 김 감독의 대표팀행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울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말 김 감독은 "리그 선두를 달릴 때 대표팀 사령탑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팀에 여러가지 누를 끼쳤다. 혼란 때문에 생긴 시즌 중반 부진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뽑을 때는 경선에서 허정무 감독에게 지휘봉을 내줬다. 그때도 김 감독은 경험과 지도력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7년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허정무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김 감독의 심정은 묘하다. 하지만 본의 아닌 감독 후보 추천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국제무대 경험과 선수 지도력을 일정 부분 인정 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8강(역대 최고 성적)에 들었고, 올시즌 울산의 선전에서 보듯 베테랑과 신인 선수들을 어루만져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어냈다. 단기전에서의 꼼꼼한 준비와 지도력도 눈길을 끌만했다. 축구협회 전무이사 출신이라는 점이 요즘같은 분위기에선 오히려 마이너스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대표팀 감독 물망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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