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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갑자기 외국인 지도자 대세론일까.
이런 가운데 외국인 감독의 이름이 쏟아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을 비롯해 K-리그 FC서울을 지휘했던 세뇰 귀네슈 감독(터키), 스벤 외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감독(스웨덴),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탈리아), 카를루스 둥가 감독(브라질), 호세 페케르만 감독(아르헨티나)에다 아리에 한 감독(네덜란드)까지 나왔다.
풍부한 대표팀 지도 경험과 한국의 정서 이해, 단기간에 대표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운 기술위는 외국인 지도자와의 접촉에 앞서 최종적인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조 감독 경질 과정에서 나온 축구계 파벌 다툼, 내부 갈등을 외국인 감독 카드를 내세워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축구계는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과 조중연 협회장을 중심으로 한 여당과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이 구심점이 된 야당이 대립해 왔다. 현재 축구협회는 정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정 명예회장의 대리인 격인 조중연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09년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암묵적인 지원 속에 협회장 선거에서 허 회장을 제치고 수장이 됐다. 정 명예회장이 협회장에서 물러났지만 그를 빼고 한국축구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만큼 정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아직도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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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극구 부인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반대 세력인 허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그와 가까운 조 감독을 경질했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정 명예회장이 18일 조 감독 경질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를 믿는 축구인은 별로 없다.
축구협회가 국내 감독 대신 외국인 감독 쪽으로 돌아선 것도 정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내국인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앉힐 경우 어떤 식으로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 명예회장이나 축구협회와 가까운 인사를 대표팀 감독으로 내세울 경우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해서 허 회장과 인연이 있는 축구인이나, 축구협회와 무관한 이에게 맡길 경우 부담이 크다. 협회장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 명예회장이나 조 회장 모두 이니셔티브를 유지하려면 대표팀 성적뿐만 아니라 핵심세력에 협조적이거나, 아예 무관한 외국인 감독이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외국인 감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정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역량을 떠나 외국인 감독은 이영표가 지적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고, 우리 정서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07년 7월 핌 베어백 감독이 자진 사퇴한 후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축구협회는 "오랫동안 한국축구를 책임질 국내 감독이 나와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 대세론을 흘리는 것은 축구협회 수뇌부의 의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대표팀은 2월 29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쿠웨이트와의 조별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다. 새 감독이 쿠웨이트전을 포함해 최종예선, 나아가 본선까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쿠웨이트전을 치러본 뒤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 이도 아니면 쿠웨이트전만 지휘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축구협회는 특정인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축구는 온 국민의 스포츠이고, 대한민국의 국기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