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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축구협회, 밀실 야합 뒤 기술위 운운 웬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2-13 11:02


◇13일 오전 파주NFC(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열렸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새롭게 선임된 7명의 기술위원들이 공석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논의를 펼쳤다.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오락가락', 대한축구협회의 최근 행보다.

칼날은 거침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지난 주 아무런 대책없이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달 9일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선임됐다. 새로운 기술위원회를 가동도 하기 전 회장단이 밀실에서 조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야합으로 정적을 제거했다. 기술위의 객관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뜻이 맞는 수뇌부의 판단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축구협회는 "어찌됐든 최종 결정권자는 회장"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입장은 입맛대로 바뀐다.

거사가 막을 내리자 이젠 '기술위 우산'에 다시 몸을 숨기고 있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12일 경질 파문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30분간 진행된 행사가 끝나자 서둘러 자리를 뜬 그에게 조 감독의 경질 배경과 차기 감독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비로소 그의 입에서 '정답'이 나왔다. "내일 기술위원회가 열리는데…."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을 따돌렸다. 더 이상 말은 없었다.

축구협회의 이중잣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며칠 전 절차상 문제를 시인하면서까지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정관은 무용지물이었다. 정관에 따르면 기술위는 각급 대표팀과 선발팀, 상비군 등을 이끌 지도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또 대표팀을 포상하거나 징계하는 데 협조하고 근거 자료를 제공토록 하고 있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 있다. 감독 거취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기술위를 거쳐야 한다.

정관을 무시해놓고 또 기술위를 운운하는 행태에 축구 팬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율배반, 축구협회의 현주소다.

황보 위원장이 이끄는 기술위원회가 13일 출발했다.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가졌다. 황보 위원장은 하루 전 7명의 기술위원을 선임, 발표했다. 이들은 "소신껏 할 말은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당면 과제인 차기 감독 선임에 어떤 역할을 할 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황보 위원장은 12월말까지 차기 감독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보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추어 감독(4명)과 비경기인(2명) 출신이 절대 다수여서 현황 파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위원 전원이 현직을 보유하고 있어 몇 차례 더 만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조 회장이 기술위를 입에 올린 것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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