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라면 누구나 A대표를 선망하듯이 축구지도자라면 누구나 A대표팀 감독을 꿈꾼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를 지휘하는 A대표팀 감독직을 말할 때 일부에서는 '대권'이라는 표현을 쓴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보니 압박감이 심하고, 경기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인격적인 모욕이 담긴 비난이 쏟아진다. 그래도 A대표팀 감독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도자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손사래를 친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52)은 소속 클럽에 전념하겠다는 말을 하고,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2)은 런던올림픽에 집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A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된다는 게 불쾌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겸양을 앞세워 자신의 주가를 높이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현직에 대한 애착이 크다보니 그럴 것이다.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모험을 피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 감독이 전북과 대표팀 사령탑을 겸하게 하자는 절충안까지 제시한다.
A대표팀 감독에게는 한국축구를 이끈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1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현 상황에서, A대표팀 감독직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이런 면에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0)을 주목할만 하다. 김 감독이 A대표팀을 맡아보고 싶다고 대놓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제안이 들어오면 생각해보겠다"는 말 속에서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강한 열망이 읽힌다.
1970년대 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로 뛴 김 감독은 월드컵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코치-감독, 연세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전무, K-리그 사령탑을 두루 경험한 노련한 지도자이다. 이전에도 A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K-리그에서 김 감독은 정규리그 6위 울산을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울산보다 전력이 한수 위라는 FC서울과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를 잇따라 꺾어 '김호곤 매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축구협회의 조광래 감독 경질에 대해 비판적인 김 감독은 자신을 '친 축구협회'가 아닌 '개혁파'라고 강조한다.
축구협회가 기술위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의욕이 넘치는 지도자, 가슴에 열정을 품은 지도자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