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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휴식' 준다던 브루스 감독, 지동원 카드 빼든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1-20 11:42


◇지동원은 20일 새벽 열린 풀럼전 후반 27분 잭 콜백 대신 그라운드에 나섰다. 20여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선덜랜드는 풀럼과 0대0으로 비겼다.  화면 캡처=SBS ESPN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애제자' 지동원(20·선덜랜드)에 대해 "감독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평가했었다.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묵묵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다"고 했다.

'스무살' 지동원은 정 감독의 말대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스승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같다.

20일 새벽(한국시각) 풀럼전을 앞두고 영국 현지에선 '지동원의 컨디션'에 대한 감독들의 언급이 잇달아 기사화됐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레바논과의 중동 2연전에서 "지동원의 폼이 떨어졌다.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었다. 영국 현지에는 지동원의 컨디션을 대놓고 비판한 양 와전됐지만, 실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애정어린 걱정' 수준이었다. 대표팀 에이스에게 충분한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 선덜랜드를 향한 아쉬움도 슬쩍 드러냈다. 소속팀 사령탑인 스티브 브루스 감독 역시 질세라 목소리를 냈다. "1만1000마일을 이동한 선수에게 베스트 컨디션을 기대할 수 없다. 지동원은 지난 몇개월간 무려 4번이나 A매치 원정길에 올랐다. 나는 한국에 딱 한번 갔다왔는데 일주일동안 피곤하더라. 지동원은 이제 겨우 스무살이다. 부진은 당연하다"는 말로 지동원의 슬럼프를 감쌌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방법론만 달랐을 뿐 두 감독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지동원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조 감독은 제자의 부진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브루스 감독은 애정어린 옹호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친 지동원에게 휴식을 주겠다"는 말로 결장을 예고했던 브루스 감독은 20일 새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풀럼전에서 후반 27분 결국 '지동원 카드'를 빼들었다. 양팀이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0-0 상황, 풀럼이 회심의 공격수 앤디 존슨을 투입한 직후다. '투톱' 스테판 세세뇽-니클라스 벤트너를 내세웠지만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지동원에 대한 믿음을 또 한번 드러냈다. 코너 위컴이 부상으로 빠진 공격진에서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한 경기력 조율 및 확인 작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덜랜드는 후반 내내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고, 지동원 역시 충분한 볼터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0대0 무승부, 홈에서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스카이스포츠는 풀럼전 직후 지동원에게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을 부여했다.  사진 캡처=스카이스포츠
지동원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예기치 않은 후반 교체투입에 대해 "부상자도 많고 팀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 위해 교체출전을 지시하신 것 같다"고 해석했다. 브루스 감독의 '컨디션' 발언과 관련해서는 "감독님께서 내게 따로 말씀해주신 것은 없는데 코칭스태프가 (조 감독님의) 인터뷰 내용을 알고 컨디션에 대해 물어보긴 했다. 관심을 가져주시고 신경 써주시는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중동 2연전 이후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도 특유의 긍정 화법으로 대처했다. "유럽에서 오래 뛴 다른 선수들보다 경험이 많지 않고 생활리듬이 달라 고생하긴 했지만 차차 적응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정답'이었다. 하지만 이날 스스로의 경기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했다. "비기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 투입됐는데 흐름을 못따라간 것 같아 아쉽다. 생각대로 잘 되진 않았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날 지동원의 활약에 대해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Needed more time)"는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을 부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선덜랜드(영국)=민상기 통신원 chosuntig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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