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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대표팀이 민낯을 드러냈다.
그러는 사이 한국축구의 민낯인 비유럽파들은 생기를 잃어갔다. 두텁게 칠해진 색조 화장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물론 K-리그나 J-리그에서는 날고 기는 선수들이었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정성룡과 이용래(이상 수원) 정도밖에 없었다. 나머지 비유럽파들은 A대표팀에 와서는 주로 교체 선수나 훈련 파트너로서의 역할만 해야했다.
유럽파와 비유럽파의 격차는 점점 심해졌다. 유럽파가 건재할 때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럽파가 그 화려함을 잃은 이번 중동2연전에서 그 심각함이 드러났다. 기성용(셀틱)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주영(아스널)은 UAE전에서 골까지 집어넣었지만 레바논전에서는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오랜 벤치 생활로 경기 감각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다.구자철(볼프스부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감독도 이런 상황을 뼈저리게 느꼈다. 레바논전이 끝난 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의 경기력과 그렇지 않을 때의 경기력 차이가 크다"고 했다.
해결 방법은 명확하다. 기초가 좋아야 아름다운 색조 화장도 잘 먹는 법이다. 아름다운 색을 내는 유럽파들은 계속 중용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축구의 민낯인 비유럽파들의 경기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쉽지 않다. 조광래 감독만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 축구 전체가 힘을 보태야 한다.
베이루트(레바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