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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한국 축구 민낯과 조우하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1-16 14:37


한국과 레바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가 15일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2대1로 패하며 경기가 종료되자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베이루트(레바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1.15/

한국 A대표팀이 민낯을 드러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1월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4,5차전 중동 원정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차전에서는 2대0으로 승리했지만 레바논과 펼친 5차전에서는 1대2로 졌다. 승점3 추가에 그친 한국은 승점10(3승1무1패)으로 레바논과 동점을 이루었다. 골득실차에서 앞선 한국은 간신히 조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 2월 국내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6차전에서 지게 된다면 UAE와 레바논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최종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한국축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2연전이었다. 유럽파들이 건재한 조광래호는 아름다웠다. 가나에 승리하고 폴란드를 경기력에서 압도한 조광래호의 중심에는 유럽파들이 있었다. 빅리그에서 뛰고있는 그들은 한국 축구를 아름답게 덧칠해주는 색조화장품과도 존재였다.

그러는 사이 한국축구의 민낯인 비유럽파들은 생기를 잃어갔다. 두텁게 칠해진 색조 화장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물론 K-리그나 J-리그에서는 날고 기는 선수들이었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정성룡과 이용래(이상 수원) 정도밖에 없었다. 나머지 비유럽파들은 A대표팀에 와서는 주로 교체 선수나 훈련 파트너로서의 역할만 해야했다.

유럽파와 비유럽파의 격차는 점점 심해졌다. 유럽파가 건재할 때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럽파가 그 화려함을 잃은 이번 중동2연전에서 그 심각함이 드러났다. 기성용(셀틱)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주영(아스널)은 UAE전에서 골까지 집어넣었지만 레바논전에서는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오랜 벤치 생활로 경기 감각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다.구자철(볼프스부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을 대신한 비유럽파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컸다. 특히 레바논에서는 경기 외적 요소에 고전했다. 열악한 그라운드 컨디션과 4만여 홈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은 국내리그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기에 유럽파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제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조 감독도 이런 상황을 뼈저리게 느꼈다. 레바논전이 끝난 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의 경기력과 그렇지 않을 때의 경기력 차이가 크다"고 했다.

해결 방법은 명확하다. 기초가 좋아야 아름다운 색조 화장도 잘 먹는 법이다. 아름다운 색을 내는 유럽파들은 계속 중용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축구의 민낯인 비유럽파들의 경기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쉽지 않다. 조광래 감독만 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 축구 전체가 힘을 보태야 한다.
베이루트(레바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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