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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의 가치, '출세 만능키→계륵' 하락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0-13 14:26


11일 UAE와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전에 출전한 손흥민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출국전 부친 손웅전 춘천FC 감독이 박태하 A대표팀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홍찬일기자hongil@sportschosun.com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 꿈입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선수들에게 꿈을 물으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태극마크' 이야기였다. 나라를 대표하는 A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선수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언제나 A대표팀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명실상부 A대표팀은 선수들이 가고 싶어하는 최고의 팀이었다.

A대표팀 승선이 곧 출세나 마찬가지였다. 연봉이 뛰었다. 축구계에는 '연봉협상 테이블에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오면 연봉 인상 기본 금액이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오른다'는 소리가 돌 정도다. A대표팀 일당(10만원)과 승리수당(200만~500만원)도 짭짤했다. A대표팀에 승선하면 용품사들이 후원 계약을 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K-리그 내 더 큰 구단이나 해외 유명 구단으로의 이적도 쉬웠다. A대표팀은 부와 명예를 한번에 거머쥘 수 있는 만능키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폴란드와의 친선경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전이 끝나자 A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대부분 A대표팀 차출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제 선수들은 더이상 'A대표팀 바라기'가 아니다.

A대표팀 못지 않은 만능키가 생겼다. 바로 소속팀이다. 소속팀에 집중해도 A대표팀 못지 않게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K-리그 팀이 많아진데다가 고정팬들도 꾸준히 늘었다. 선수들의 연봉 수준이 상승했다. K-리그에서만 맹활약해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중동이나 일본, 유럽 등 해외 진출도 쉬워졌다. 더 이상 A대표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소속팀 활약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외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잘만하면 돈방석이다. 해외, 특히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각종 광고, 스폰서 계약 등이 따라붙는다.

A대표팀에 다녀오면 체력적, 시간적으로 손해가 크다. 체력 저하나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면 출전 수당 등의 주수입이 줄어든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K-리그 정상급이나 해외파 선수들에게 A대표팀은 웃으며 갈 수 있는, 그렇다고 쉽게 차출을 거부할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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