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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4강 전무, 일본은 왜 ACL에 약한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9-28 16:07 | 최종수정 2011-09-28 17:11


전북 심우연이 점프를 했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지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A대표팀은 아시아 최강 수준인데, 클럽들은 맥을 추지 못한다. 일본 J-리그 클럽이 2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유일하게 8강에 올랐던 세레소 오사카가 27일 8강 2차전에서 전북 현대에 1대6(1,2차전 합계 5대9)으로 대패, 망신을 당했다.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5위.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 46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호주가 19위로 2위이고, 한국(29위), 이란(50위), 중국(73위), 우즈베키스탄(79위), 요르단(85위) 사우디아라비아(97위)가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축구의 맹주를 자처해 온 한국은 지난달 친선경기에서 일본에 0대3 완패했다. 한국축구는 세기에 파워까지 갖춘 일본축구에 깜짝 놀랐다. 일본을 다시 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리그, 가장 수준이 높은 리그로 평가받는 J-리그는 최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감바 오사카와 나고야 그램퍼스, 가시마 앤틀러스, 세레소 오사카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는데, 이 중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 세레소 오사카만 8강에 올랐다. 전통의 강호 가시마는 16강전에서 FC서울에 무너졌다.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북과 세레소 오사카의 8강 2차전. 전북 이동국에 앞서 세레소 오사카 수비수가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가시마와 감바 오사카, 히로시마 산프레체,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출전한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감바 오사카는 16강전에서 성남 일화에 패했고, 가시마는 포항 스틸러스에 막혔다. 한 팀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 3년간 이 대회 4강을 경험한 팀은 2009년 나고야가 유일하다.

상전벽해다. J-리그는 2007년 우라와, 2008년 감바 오사카가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년에는 감바 오사카, 우라와, 두 팀이 4강 고지를 밟았다.

J-리그 팀들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스타들의 유럽리그 이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2~3년간 J-리그에서 뛰던 유망주, 스타 선수들이 유럽리그로 몰려갔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유럽리그는 나카타 히데토시같은 특급 선수들만 가는 특별한 무대였다. 하지만 일본축구의 수준이 높아지고, 가가와 신지(세레소 오사카→독일 도르트문트), 하세베 마코토(우라와→독일 볼프스부르크) 등 일본인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현재 혼다 게이스케(나고야→벤로→러시아 CSKA 모스크바), 나가토모 유토(FC도쿄→이탈리아 인터 밀란), 우치다 아스토(가시마→독일 샬케04), 모리모토 다카유키(도쿄베르디→이탈리아 카타니아→노바라), 이에나가 아키히로(세레소 오사카→스페인 마요르카), 오카자키 신지(시미즈→독일 슈투트가르트), 마키노 도모아키(히로시마→독일 쾰른), 이노와 마사히코(가시마→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호소가이 하지메(우라와→아우크스부르크), 가와시마 에이지(가와사키→벨기에 리에르세) 등 20여명이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들은 일본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유럽리그 진출 선수가 늘어나면서 대표팀의 경쟁력은 좋아졌지만, J-리그는 전력이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전북 이동국과 세레소 오사카 모니와가 공중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브라질 출신 특급 공격수가 준 것도 J-리그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J-리그 클럽들의 주축 공격수는 브라질 용병들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J-리그 클럽들은 A급 브라질 공격수를 영입해 공격라인을 채웠다. 브라질 선수들에게 J-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아시아 최고의 리그였다. 일본의 경제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중동 팀들이 오일 머니를 앞세워 A급 용병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라질의 J-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선수들이 일본을 뒤로하고 중동행을 선택하고 있다. J-리그 팀들도 몸값이 비싼 선수 대신 브라질 출신 유망주를 영입해 육성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도 있다. 대지진 여파로 J-리그 일정이 연기됐고, 가시마의 경우 지진 영향으로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해 다른 지역을 전전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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