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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나니, 호날두의 그늘을 벗어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9-20 18:03 | 최종수정 2011-09-20 18:02


◇맨유 나니. 스포츠조선DB

대서양의 작은 섬(케이프 베르디) 출신으로 어릴적 포르투갈로 이민간 나니(25·맨유)가 처음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게 2007년 여름이었다. 당시의 그의 나이 21세. 나니는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윙어였다. 그 보다 한 살 많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레알 마드리드)를 따라 리스본에서 맨유로 건너갔다. 포르투갈 출신 케이로스 전 맨유 수석코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나니의 이적료는 2550만유로(약 399억원)였다.

이미 나니가 맨유에 입단했을 때 호날두는 맨유의 주전을 넘어 세계적인 공격수가 돼 있었다. 호날두는 2003년 맨유에 와서 2008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맨유를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2009년 여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훌쩍 떠나버렸다.

영국 언론들은 나니가 호날두 같은 활약을 할지에 관심을 가졌다. 첫 세 시즌은 기대이하였다. 호날두의 그늘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드리블 돌파를 했다. 중거리 슈팅도 날카로웠다. 흡사 호날두와 비슷했다. 하지만 마무리 능력이 달랐다. '짝퉁' 호날두라는 놀림이 쏟아졌다.

나니는 철저하게 호날두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라운드 안에서 비슷한 플레이를 해선 호날두의 화려한 경기력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라운드 밖에선 호날두와 자주 어울렸지만 역시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호날두의 아이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호날두가 어릴적 로망인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뒤 나니가 홀로서기에 나섰다. 첫 시즌이었던 2009~2010시즌은 3골로 부진했다.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9골에 18도움. 나니는 발렌시아, 박지성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면서 스스로 빛나는 법을 배워갔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가장 중요한 일전 중 하나였던 FC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2011년 5월29일) 선발에서 나니를 빼버렸다. 박지성과 발렌시아를 선택했다. 나니는 충격을 받았다. 그러자 바로 나니의 이적설이 쏟아졌다.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 등이 나니에게 군침을 흘렸다. 나니도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맨유 잔류를 선택했다. 맨유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었다. 2011~2012시즌 초반, 나니는 루니, 영과 함께 맨유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정규리그 5경기에서 2골 3도움. 퍼거슨 감독은 나니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다. 최근 첼시전(3대1 맨유 승)에서 터트린 환상적인 중거리슛은 호날두가 맨유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수준이 다르지 않았다. 데자뷔를 보는 듯 했다.

최근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나니가 더이상 호날두의 그늘에 서 있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나니는 맨유 입단 초기의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했던 풋내기가 아니다는 게 주된 골자다. 나니는 진지한 축구 선수로 발전했다. 나니는 최근 인터뷰에서 여전히 호날두의 그늘에서 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화를 낸다고 했다. 나니는 현재 무시무시한 오른쪽 윙어로 성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신문은 나니가 호날두와 맨유에서 치른 첫 100경기 동안 기록한 공격포인트(골과 도움) 갯수에선 52대31로 오히려 앞선다고 제시했다. 나니가 요즘 처럼만 해준다면 호날두 보다 못한다는 얘기는 더이상 못할 것 같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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