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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황금세대"의 종말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14:01


사진캡처=잉글랜드축구협회 홈페이지

3일(한국시각) 벌어진 잉글랜드와 불가리아의 유로2012 예선 경기.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리오 퍼디낸드 등 대신 조 하트, 크리스 스몰링, 개리 케이힐 등 젊은 선수들이 잉글랜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부상이 없었던 램퍼드의 선발 제외는 영국언론을 통해 2000년대 초반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끈 '황금세대'의 종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0년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황금기가 시작되며 잉글랜드 출신 스타들이 쏟아졌다. 램퍼드, 제라드, 퍼디낸드, 존 테리, 조 콜, 웨인 루니, 마이클 오언, 애슐리 콜 등은 맨유, 첼시, 아스널, 리버풀 '빅4'에서 주전을 차지하며 EPL과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누볐다. 자연스레 이들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성공을 이끌 '황금세대'라는 칭호를 얻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 이후 잉글랜드에 월드컵 우승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황금세대의 등장에 고무된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자존심마저 버렸다. 케빈 키건 감독의 후임으로 스웨덴 출신 스벤 요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했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첫 외국인 대표팀 감독이었다. 황금세대와 외국인 감독의 조화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유로2004 8강, 2006년 독일월드컵 8강에 그쳤다. '이번만큼'은 하고 기대했던 잉글랜드 팬들은 '이번에도'하는 허탈함을 맛봐야 했다. 이름값만으로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잉글랜드는 루니의 파트너 부재, 제라드-램퍼드 공존 해법 부재 등을 해결하지 못하며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실패를 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부임한 이탈리아 출신 '우승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도 이들 황금세대를 포기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아이콘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을 과감히 제외했지만, 제라드-램퍼드-루니에 지나치게 의존한 감이 있었다. 잉글랜드는 우여곡절 끝에 16강에 진출했지만, 라이벌 독일에 완패하며 월드컵 우승을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유로2012를 앞둔 카펠로 감독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하고 있다. 변화 대신 보수적인 선택을 하던 카펠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있다. 아담 존스, 필 존스, 대니 웰벡, 톰 클레버리 등이 새롭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더 나아가 카펠로 감독은 19세의 아스널 미드필더 잭 윌셔를 중심으로 미드필드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스타선수들이라도 컨디션이 나쁘면 제외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카펠로 감독은 불가리아를 3대0으로 제압한 뒤 "램퍼드는 잉글랜드 최고의 미드필더지만, 감독은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선발해야 한다. 램퍼드는 더 많은 경기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뛰어야 한다"고 했다. 부상중인 퍼디낸드와 제라드가 복귀하더라도 쉽게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경고인 셈이다.

황금세대 중 루니, 콜, 램퍼드, 테리가 여전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퍼디낸드와 제라드가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 이상 이들이 대표팀의 핵심 세력은 아니다. 황금세대 대신 새로 잉글랜드 대표에 합류한 젊은 선수들은 빠르고, 활기찬 플레이로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황금세대 대신 새로운 세대가 잉글랜드 축구의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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