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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20골 넣고 싶다."
K-리그 득점 2위 김정우가 올시즌 최종 목표를 밝혔다. 김정우는 지난 6일 열린 K-리그 20라운드 상주-성남전(3대1 성남 승)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정규리그 14호골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제주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이다.
올시즌 득점행진은 놀라울 정도다. 2003년 울산에서 데뷔해 K-리그 5시즌동안 기록한 14골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올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은 0.82골. 산술적으로 접근하면 남은 10경기에서 8골 이상을 추가할 수 있다. 정규리그 득점 선두인 데얀(15골·서울)과의 득점왕 경쟁이 치열해 지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이 페이스라면 김정우가 밝힌 시즌 20골이 아닌 정규리그 20골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김정우는 7일 파주NFC 소집에서 "제주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는데 낮설었다. 지금은 공격이 더 편하다"고 했다. 뼈 속까지 스트라이커가 된 듯 하다. 별명도 '뼈트라이커'다.
그렇다면 미드필더 출신 공격수 김정우의 올시즌 놀라운 득점행진의 비결은 무엇일까.
김정우의 전 소속팀인 성남의 신태용 감독은 "3월에 처음 공격수로 나섰을때에 비해 상대 뒷 공간을 빠져들어가는 움직임, 뒷 공간에서 볼을 받는 타이밍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슈팅력과 위치선정능력은 미드필더 시절부터 탁월했다. 그런데 공격수로서 필요한 움직임까지 터득했다는 얘기였다. 성남전 득점 상황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왼쪽 측면에서 곽철호가 왼발 크로스를 올리자 성남 수비진은 여유로웠다.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김정우가 문전으로 침투하더니 오른발을 툭 갔다 대며 성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넋놓고 보다가 당한 격이다.
신 감독은 "한 단계 발전했다"고 표현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골 결정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2009년 성남에서 김정우와 한솥밥을 먹었던 라돈치치는 엄지를 치켜 세웠다. "김정우가 제대하면 다시 함께 뛸 수 있어 기쁘다. 같은 공격수가 봐도 공격수 김정우의 움직임과 스킬은 정말 뛰어나다. K-리그에서 최고의 움직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넘치는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K-리그 관계자들은 "김정우는 일상 생활에서는 정말 순한 양인데 그라운드로 들어가면 호랑이 같다"고 입을 모은다. 마른 체격에서 나오는 힘과 체력이 엄청나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공격수로 나서며 활동량은 줄어들었지만 체력을 나눠서 사용할 줄 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김정우는 올시즌 개막전에서 "미드필더때처럼 전력으로 전반을 다 뛰었더니 전반전 끝나고 토할뻔 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힘을 써야할 타이밍과 쉬어야 할 타이밍을 경험으로 터특했다.
마지막 비결은 '욕심'이다. 김정우는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을때도 득점왕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14호골을 넣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주변의 증언은 다르다. 상주의 한 코치는 "김정우가 시즌 초반과는 달리 요즘 득점에 욕심이 생긴 것 같다. 골을 넣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며 "공격수는 당연히 득점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