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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고지대 악재 뚫고 말리전 승리, 안심하긴 이르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7-31 17:10


축구는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 중 하나다. 비나 눈이 오더라도 대부분 경기가 진행된다. K-리그 역시 6~7월 장마철에도 큰 무리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지난 27일 수도권 폭우에도 불구하고 성남과 수원에서는 FA컵 8강전이 제 시간에 치러졌다.

그런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31일(한국시각) 엘 캄핀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말리, 콜롬비아-프랑스 간의 2011년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경기 시간을 1시간씩 늦췄다. 경기 시작 전부터 줄기차게 내린 비 때문이다. 워낙 강한 빗줄기에 그라운드에는 물이 빠지는 것보다 웅덩이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결국 FIFA는 이례적으로 경기 지연 결정을 내렸다. 배수펌프를 갖춘 특수 차량이 그라운드에 동원되어 호스로 물을 빼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양팀 선수들은 경기장 내 복도를 쉴새없이 뛰어다니며 몸을 풀었지만, 정작 그라운드는 밟아보지도 못한 채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물이 잔뜩 고여 정상적인 패스가 힘들었다. 선수들이 뛰어다닐 때마다 물보라가 쳤다. 패스가 나가지 않아 공중볼 위주로 경기가 진행됐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극심한 체력소모로 근육경련을 호소하며 경기장에 쓰러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이번 대회 최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던 고지대 문제도 두드러졌다. 보고타는 해발 264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고지대에서는 기압이 낮아 볼의 속도가 빨라진다. 공중으로 띄우는 긴 패스는 평지보다 더 멀리 날아가 갑자기 떨어진다. 슈팅 속도도 더욱 빨라지며, 무회전킥의 경우는 흔들림이 많아져 골키퍼의 애를 먹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미 증명된 현상이다. 말리전에 나선 한국 선수들도 고지대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측면 크로스는 의도했던 지점보다 멀리 나갔고, 골키퍼 양한빈(강원)은 낙하지점을 예측하지 못해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말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공중볼과 슈팅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여러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산뜻한 출발을 했다. 후반 5분 김경중(고려대)의 선제골과 35분 장현수(연세대)의 페널티킥 쐐기골로 말리를 2대0으로 제압했다. 전반 중반 이후 집중력 부족과 압박실패, 상대의 거친 경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경기를 마무리 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만큼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조 최약체로 평가됐던 말리를 상대로 수비 집중력 부족과 느슨한 압박을 노출한 것이 아쉽다. 다음 상대인 프랑스는 자국 유망주를 대거 출전시켰고, 홈 이점을 안은 콜롬비아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말리전에서 드러난 단점 보완이 시급하다. 이날 경기서 코뼈 골절상을 당해 잔여경기 출전여부가 불투명해진 중앙 수비수 황도연(전남)의 대체자를 찾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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