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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지도가 바뀐다.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조작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 승강제 시행 K-리그 대회 방식 전면 개선 신인선수 선발 제도 조정 선수 복지 제도 도입 등이 담겼다.
현행 16개 구단으로 틀이 짜여진 1부리그가 흔들린다. 연맹은 12개팀으로 1부리그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마지노선(1부 리그 최저팀수)이다. 나머지 팀들은 내셔널리그 팀들과 함께 2부리그로 흡수된다. 1, 2부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클럽의 자격 기준은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동안 구단의 의지가 미온적이어서 승강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기업, 시민구단을 떠나 2부리그로 추락할 경우 팀 해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대했다. 승부조작으로 K-리그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만큼 승강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김재하 대구FC 사장은 "시민구단을 맡아보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 없이 변할 수는 없다. 축구가 더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선 승강제가 맞다고 본다.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퇴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승강제는 승부조작 방지책으로도 훌륭하다. 1부와 2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주목도와 스폰서십, TV 중계권료 등에서 차원이 다르다. 관중 수익도 비교가 안 된다. 프로는 곧 돈이다. 구단 수익은 선수 연봉과 직결된다. 선수의 가치는 몸값에서 결정된다. 2부리그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피튀기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연맹은 2012년 성적을 승강제에 반영할 계획이다. 내년 시즌부터 매경기 죽기살기로 뛰어야 한다. 그래야 1부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다.
대회 방식 개선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 총재는 "컵대회 운영에 많은 지적이 있었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병행함으로 해서 컵대회는 구단이나 선수, 감독 등이 비중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병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컵대회를 정규리그 시작 전에 할 수 있다. 세부적인 계획은 좀 더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는 정규리그와 컵대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이 끼어있다. 우승 상금 1억원 외에 동기부여가 없는 컵대회는 승부조작의 온상이었다. 굳이 병행할 필요가 없다. 일정을 달리 하면 색다른 재미를 볼 수 있다.
신인선수 선발 제도 조정도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드래프트 제도는 2006년 재도입됐다. 선수들의 몸값을 낮추고 구단의 재정 건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인 최고연봉이 5000만원이었다. 역효과가 컸다. 유망주들은 대부분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렸다. 리그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
연맹은 올해 신청 선수까지 적용하고, 2012년 새로운 제도을 시행할 계획이다. 드래프트와 자유계약 제도를 혼합해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대부분의 구단은 학원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구단 소속의 고등학교 졸업생 4명을 우선 지명하는 방안은 그대로 유지하고, 그 외에는 자유계약으로 돌릴 계획이다.
복지의 경우 현행 1200만원의 최저 연봉이 내년부터 두 배 오른 24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또 선수 연금제도 도입과 재취업 교육 등 선수 권익 보호와 환경개선을 병행한다.
한편, 연맹은 승부조작의 강력한 예방과 조사를 위해 싱가포르 프로리그 등에서 활용 중인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한다.
정 총재는 "구단과 선수들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K-리그 토양과 환경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호곤 울산 감독은 "승강제와 드래프트 문제 등은 그동안 계속해서 논의된 사항이다. 확실한 답을 못냈는데 이젠 논의의 끝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