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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가 영입에 300억 이상을 투자하려는 보아스, 누구 길래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6-22 16:51 | 최종수정 2011-06-22 17:02


◇첼시 새 사령탑 선임이 임박한 비야스 보아스 감독. 사진캡처=BBC 홈페이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잉글랜드 출신의 명장 보비 롭슨은 1994년 17세의 FC포르투 서포터스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왜 공격수 도밍고스 파시엔시아(브라가를 거쳐 현재 스포르팅 리스본 감독)를 벤치에 앉혀두고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미 잉글랜드 대표팀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등을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그에게 선수 기용이 잘못 됐다는 지적은 당돌하다 못해 건방졌다.

그랬던 소년이 이제 잉글랜드 부자구단 첼시FC의 사령탑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34세의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전 포르투 감독은 러시아 석유 재벌이자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낙점을 받았다. 아브라모비치는 보아스를 데려오기 위해 포르투에 위약금 1500만유로(약 232억원), 연봉으로 500만파운드(약 87억원·추정)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출신인 보아스는 2010~2011시즌 포르투를 정규리그, FA컵, 유로파리그 3관왕으로 이끌었다. 전 첼시 사령탑을 지낸 레알 마드리드 감독 조제 무리뉴 처럼 축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포르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보아스는 고향 클럽 FC포르투의 열렬한 서포터스 중 한 명이었다.

보아스의 축구인생은 롭슨에게 편지를 보낸 1994년부터 시작된다. 명장 롭슨이 포르투 감독 부임 첫 해 경기 결과가 나빠 출발이 좋지 못했다. 화가 난 보아스는 롭슨에게 걱정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냈다. 공격 재능이 있는 파시엔시아에게 출전 기회를 더 주어야 한다고 적었다. 롭슨은 보아스의 편지를 읽고 논리적으로 입증할 만한 충분한 데이터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보아스는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자료와 그가 왜 이런 주장을 펼쳤는지 이유를 적어 다시 보냈다. 공교롭게도 나중에 알게 됐지만 둘은 포르투의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이웃 사촌이었다.

롭슨은 보아스의 축구 분석 지능을 높게 평가해 포르투 유스팀 코치 훈련생을 제안했다. 이후 롭슨의 추천으로 잉글랜드 릴셜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축구를 공부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실시한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연수 과정을 밟았고, 최연소 기록을 세우면서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보아스는 와인 판매상을 한 영국인 할머니 때문에 영어를 누구보다 잘 했다. 게다가 롭슨의 지도 아래 축구 지식에 물이 올랐다. 이때부터 보아스는 롭슨을 도왔던 조제 무리뉴와의 인연도 시작됐다.

보아스가 지도자 연수를 할 때 유심히 그를 지켜봤던 짐 플리팅 스코틀랜드 축구협회 이사는 "보아스는 학생으로나 코치로 매우 성숙하고 지적이다. 팀과 선수에 대한 분석력이 대단했다.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데 열중했다. 내 기억으로는 스코틀랜드와 그루지야 경기를 봤을 때 보고서를 쓰는데 블랜리를 사용했었다"고 말했다.

보아스는 23세 때인 2000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감독을 맡으면서 첫 사령탑에 올랐다. 18개월 동안 두 경기를 지휘했고, 2패를 기록했다. 좋은 경험을 한 그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무리뉴 감독 밑에서 축구를 배웠다. 무리뉴 감독이 포르투와 첼시, 인터밀란에서 승승장구할 때 보아스가 도왔다. 보아스는 무리뉴 밑에서 상대팀 전력분석 담당 일을 주로 했다. 상대팀의 훈련장에 몰래 잠입하기도 했다. 대개 보아스가 상대팀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일. 보아스가 만든 분석 보고서는 무리뉴는 물론이고 선수들에게도 배포됐다. 무리뉴는 보아스를 '눈과 귀'라고 불렀다.

보아스는 2009년 중반 무리뉴와 결별했다. 둘 사이에 큰 문제는 없었다. 보아스는 자신의 팀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는 2009년 10월 포르투갈 리그 꼴찌(16위)로 떨어진 아카데미카 코임브라의 구원투수가 됐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보아스가 들어간 아카데미카는 2009~201시즌 11위로 리그를 마쳤고, 리그컵에선 4강에 올랐다. 3위로 시즌을 마친 포르투의 경영진은 페레이라 감독을 경질하고 전격적으로 보아스를 영입했다. 많은 사람들은 보아스의 지도력에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보아스는 첫 한 달 동안 포르투의 6연승을 견인했다. 그러자 팬들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무엇보다 메이렐레스(리버풀 이적) 등을 팔고도 더좋은 성적과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다. 보아스는 부임 첫 시즌 정규리그 5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했다. 또 무패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유로파리그와 리그컵까지 품에 안았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친 첼시가 전격 영입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만큼 보아스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제2의 무리뉴'라고 불리며 첼시의 숙원사업인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처음으로 안겨줄 꿈을 꾸게 해주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프로필

1977년 10월 포르투갈 포르투 출생

1993년 포르투 유스팀 코치 훈련생 시작(고 보비 롭슨 감독 추천)

1994년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C코스 연수

2000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감독(2경기 지휘, 2패)

2002~2009년 조제 무리뉴 감독과 함께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에서 코칭 스태프로 활동

2009년 10월 포르투갈 아카데미카 감독 선임(꼴찌에서 11위로 끌어올림, 리그컵 4강)

2010년 6월 포르투 감독 선임

2011년 4월 포르투 25번째 정규리그 우승(2위와 최다 승점차 승리)

2011년 5월 포르투 유로파리그 우승, 프로투갈 FA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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