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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승부조작 파동 그후 한 달, 무슨 일이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6-22 13:59


지방의 A 프로축구 감독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선수가 경기 도중 엉뚱한 행동을 하면 '혹시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 감독은 좋은 지도자는 선수를 믿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전 한국축구를 발칵 뒤집어 놓은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선수 중에도 한국축구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순간 깜짝 놀란다.

B구단 감독은 승부조작 사태 때 소문에 휘말렸던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두고 항상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C구단 감독은 중국통인 이장수 광저우 감독이 "중국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것 같은 선수를 경기 출전엔트리에서 제외시키는 게 감독의 주된 일이다"라고 했던 얘기가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창원지검이 프로축구 승부조작 브로커를 수사하면서 시작된 승부조작 파동이 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K-리그, 내셔널리그, K3-리그, 대학축구 모두 겉으론 평온을 되찾았다. 창원지검은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불법베팅을 한 혐의로 현직 프로선수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선수를 포함한 관련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근 상벌위원회를 통해 승부조작에 관련된 선수 10명에 대해 K-리그 선수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평생 국내축구판에 발을 못 붙이게 했다. 관련 구단은 스포츠복표 수익 배당금을 못 받거나 삭감되는 금전적인 제재를 가했다.

팬들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큰 상처를 입는 한국축구는 다시 일어서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 작업에 들어갔다. 축구 단체들과 검찰, 경찰 등이 두루 참여하는 비리근절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프로선수, 내셔널리그, K3-리그, 대학축구 선수들까지 승부조작 관련 금지 서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선수 뿐아니라 지도자, 관련 직원들도 포함됐다. 내셔널리그는 선수들과의 면담 횟수를 늘렸고, 베팅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FA컵 16강전이 벌어진 경기장에서 경기 상황을 휴대전화로 생중계하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축구협회 직원에 포착, 경찰에 넘겨졌다가 훈방 조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처럼 한국축구 경기를 대상으로 불법 베팅에 연루된 중국 브로커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축구는 여전히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에 노출돼 있다. 국내 조직 폭력배 뿐 아니라 외부의 세력이 언제라도 손을 뻗칠 수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체육진흥법에 '경기장에서 경기 내용을 외부로 생중계하는 수상한 자도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구단에선 선수들 사이에 과거 베팅을 했던 선수와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서로 서먹서먹해져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걸 걱정하고 있다. 일부 구단에서 여름 선수 보강 기간에 베팅을 했던 선수들을 다른 이유로 정리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소속팀 선수들과는 융화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 만든 자진신고제나 신고포상제도도 선수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선수나 지도자 모두 서로 사적인 부분에 대해 더욱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이전 보다 불법 베팅과 승부조작은 더욱 은밀하게 이뤄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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