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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홍정호 "속으론 울어도 겉으론 웃을 수 밖에"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6-21 08:13


홍정호가 19일 요르단전에서 헤딩슛이 빗나가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상암=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속으로는 울어도 겉으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올림픽대표팀의 새 주장 홍정호(22·제주)는 자신을 버렸다. 새 주장에 발탁된 만큼 팀을 중심으로 대표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라운드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주장 데뷔전인 19일 요르단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2차예선 1차전에서 치명적인 수비 실수를 저질렀다. 전반 인저리 타임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있던 홍정호는 중앙에 있던 김영권에게 패스를 시도했고 공은 요르단 공격수 마흐무드 자타라에게 차단됐다. 곧 실점으로 이어졌다. 생각없이 패스를 하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가나와의 8강전(2대3 패)을 비롯해 이런 실수를 여러차례 보였다. 홍정호는 "안 그러고 싶은데 한 순간 멍해지며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했다. 수비수로서 치명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순간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심리적인 치료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전에는 실수를 하면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19일에는 그렇지 않았다.

홍정호는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다른 선수들 마저 쳐지게 될까봐 속은 울어도 겉으로는 웃었다"고 했다. 자꾸 떨어지는 고개를 숙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반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동료들이 다가 왔다. 그는 "오히려 애들이 다가와서 격려해줬다"며 대표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홍정호는 최근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이중 살림을 하고 있다. 3일과 세르비아, 7일 가나와의 A대표팀 친선경기를 소화한 뒤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했다. '경험'면에서는 이중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된다. 홍정호는 "A대표팀에 가면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플레이를 하게 된다"고 했다. 자신이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올림픽대표팀과는 달리 이정수(31·알 사드) 차두리(31·셀틱)의 말을 듣고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벤치에서 정수형의 플레이를 봤는데 정말 배울점이 많다. 비디오 보면서 공부한다. A대표팀에서 배운 것을 올림픽대표팀에 와서 다른 선수들에게 가르쳐 주곤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중 살림의 부작용도 있었다. 체력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엄마가 아무리 보약을 먹으라 해도 먹지 않았다.그런데 보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카타르아시안컵, 그리고 K-리그까지. 쉴 틈이 없었다. "요즘은 전반 30분만 뛰어도 힘든 것 같다.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지만 넘겨야 할 부분이다."

때문에 요즘은 자유시간에 마사지실을 자주 찾는다. 시간만 나면 휴식을 취한다. 보약에 이어 비타민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홍정호는 올림픽대표팀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런던올림픽 본선 티켓을 꼭 따고 싶다. 부상없이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다. 런던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많은 스카우터들이 올 텐데 눈도장 받아서 해외 진출도 하고 싶다."


암만(요르단)=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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