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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감동시킨 호주 용병의 팀사랑 '대표팀도 안 갈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2:48


경남 호주용병 루크(오른쪽). 사진제공=경남FC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경남FC 구단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이다. 팀은 정규리그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 부진에 빠져있지만 호주 용병 루크(22) 덕분에 힘을 불끈 내고 있다.

루크가 호주올림픽대표팀 합류를 포기하면서까지 경남 부진탈출에 힘을 보태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부진에 빠져있는 경남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 클럽에 집중하고 싶다"는 루크의 설명이다.

루크는 19일과 23일에 열릴 예멘과의 런던올림픽 2차예선에 나설 참이었다. 2007년부터 20세이하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뒤 꾸준히 활약했다. 2010년부터는 올림픽대표팀에서 그를 찾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남은 루크의 올림픽대표팀 합류를 기정 사실로 여기고 있었다. 호주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차출 협조 공문도 받았다.

팀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루크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차출에 동의했다. 루크의 올림픽대표팀 합류는 아무탈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루크가 과감한 선택을 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경남으로서는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일수 밖에 없다. 주전 공격수 루시오가 발목 부상으로 7월까지 전력에서 이탈하고 팀의 대들보 윤빛가람(21)도 런던올림픽 2차예선 요르단전을 위해 2경기에 결장한다. 이런 가운데 루크가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경남은 공격-미드필더-수비에서 핵심 선수 한명 씩을 모두 잃은 채 경기를 치러야 할 위기였다.

구단 관계자들은 용병같지 않은 루크의 마음 씀씀이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박문출 경남 홍보팀장은 "루크가 용병 같지가 않다. 지난달 29일 제주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는데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보통 데뷔골 넣으면 기억에도 많이 남고 기쁠텐데 팀이 이기지 못해 아쉽다고만 하더라. 어리지만 정말 성숙한 용병이다"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개인보다는 팀을 중시하는 호주용병 루크.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새로운 한국형 용병의 탄생이 머지 않아 보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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