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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은 한국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앞선 두 번의 맞대결에서 3골을 넣었다. 경기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에 2번이나 이겼다. 한국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기기 위해 왔다"며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정성룡(26·수원)이 있었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한국대표팀 부동의 수문장으로 자리잡았다. 매경기 주전 경쟁이 펼쳐지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조광래 감독은 정성룡에게 깊은 신뢰를 보였다. 김진현(일본 세레소 오사카) 김영광(울산) 등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싱거워진 경쟁구도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3일 세르비아전에서는 상대의 롱슛에 놀라 골문안으로 넘어질뻔 한 '몸개그'를 연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나전 활약으로 자신이 왜 '넘버1' 골키퍼인지 증명해냈다. 가나의 슈팅을 무위로 돌린 선방뿐만 아니라 수비진을 조율하는 능력, 공격 전환시 정교한 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게 없었다. 첫골을 넣은 지동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가나의 공격을 혼자 힘으로 막아낸 정성룡은 이날 경기의 'Unsung Hero(소리없는 영웅)'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전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