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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전]'한국킬러'기안, 정성룡 앞에서 작아졌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6-07 21:55


정성룡이 수비진이 무너지는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전반 17분 기안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정성룡.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기안은 한국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앞선 두 번의 맞대결에서 3골을 넣었다. 경기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에 2번이나 이겼다. 한국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기기 위해 왔다"며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정성룡(26·수원)이 있었다.

정성룡과 기안의 대결은 치열하게 펼쳐졌다. 전반 30분 기안의 헤딩슛이 시작이었다. 기안은 후반 6분과 7분 두 차례 단독 찬스를 잡았지만, 모두 정성룡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전반 16분 기안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것은 이날 대결의 하이라이트였다. 정성룡은 홍정호가 내준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가나로 흐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막는데 성공했다. '한국킬러'기안은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했다.

결국 기안에게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정성룡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경기 내내 가나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전반 31분 문타리의 강력한 중거리슛, 42분 바두의 1대1 찬스 모두 정성룡의 손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비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정성룡의 선방이 없었다면 가나전 연패의 숫자를 3으로 늘릴 수도 있었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한국대표팀 부동의 수문장으로 자리잡았다. 매경기 주전 경쟁이 펼쳐지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조광래 감독은 정성룡에게 깊은 신뢰를 보였다. 김진현(일본 세레소 오사카) 김영광(울산) 등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싱거워진 경쟁구도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3일 세르비아전에서는 상대의 롱슛에 놀라 골문안으로 넘어질뻔 한 '몸개그'를 연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나전 활약으로 자신이 왜 '넘버1' 골키퍼인지 증명해냈다. 가나의 슈팅을 무위로 돌린 선방뿐만 아니라 수비진을 조율하는 능력, 공격 전환시 정교한 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게 없었다. 첫골을 넣은 지동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가나의 공격을 혼자 힘으로 막아낸 정성룡은 이날 경기의 'Unsung Hero(소리없는 영웅)'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전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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