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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캡틴 박주영(27·AS모나코)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무뚝뚝한 남자의 대명사, 경상도 사나이. 이런 이미지는 벗어던졌다. 오는 12일 8년간 교제한 피앙세와 결혼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떴다.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세트 피스 훈련에서도 가장 열성이었다. 슬랩스틱(몸 개그)으로 웃음꽃이 피어나게 했다. 코너킥이 날아들자 뛰어들어 헤딩으로 클리어링했다. 그러자 딱딱한 볼을 머리로 걷어낸 탓에 아파죽겠다는 듯 나뒹굴었다. 이어진 코너킥도 박주영의 머리로 향했다. 그러자 헤딩한 다음, 또 한번 익살스런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주위 동료 선-후배 선수들이 웃겨죽겠다는 듯 난리가 났다.
훈련 막바지에는 진지 모드로 돌아갔다. 표정을 고쳐잡고는 페널티지역 외곽 중앙과 좌우에서 여러 차례 프리킥을 시도하며 영점을 잡았다.
그렇다면 박주영은 예비 신부를 위해 어떤 골 세리머니를 준비했을까. 승부조작으로 침체된 한국축구에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할까, 아니면 피앙세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할까. 아니면 늘 그렇듯 기도 세리머니를 할까. 박주영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비밀에 부쳤다.
박주영은 훈련 전 기자회견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세르비아전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즐거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승부조작과 관련해서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젓한 말도 했다.
상암=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