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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에 들뜬 박주영 "쉿! 골세리머니는 비밀"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6-02 18:33 | 최종수정 2011-06-02 19:09


◇2일 세르비아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박주영(왼쪽).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A대표팀 캡틴 박주영(27·AS모나코)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무뚝뚝한 남자의 대명사, 경상도 사나이. 이런 이미지는 벗어던졌다. 오는 12일 8년간 교제한 피앙세와 결혼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떴다.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퍼머 머리로 한껏 멋을 낸 그는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가진 최종 훈련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주장의 권위는 애초에 없었다.

원톱 공격수로 나서 가장 많이 소리지르고 뛰었다. 연습 경기 중 박태하 수석코치가 볼을 잡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빼앗았다. 느슨해질 수 있는 훈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K-리그 승부조작 파문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세트 피스 훈련에서도 가장 열성이었다. 슬랩스틱(몸 개그)으로 웃음꽃이 피어나게 했다. 코너킥이 날아들자 뛰어들어 헤딩으로 클리어링했다. 그러자 딱딱한 볼을 머리로 걷어낸 탓에 아파죽겠다는 듯 나뒹굴었다. 이어진 코너킥도 박주영의 머리로 향했다. 그러자 헤딩한 다음, 또 한번 익살스런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주위 동료 선-후배 선수들이 웃겨죽겠다는 듯 난리가 났다.

훈련 막바지에는 진지 모드로 돌아갔다. 표정을 고쳐잡고는 페널티지역 외곽 중앙과 좌우에서 여러 차례 프리킥을 시도하며 영점을 잡았다.

캡틴답게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를 나가는 걸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팬이 사인을 부탁하자 다정한 표정으로 정성을 다해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지켜본 박태하 코치는 "요즘 박주영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너지 않는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뭘해도 기분좋을 시기가 아닌가"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박주영은 예비 신부를 위해 어떤 골 세리머니를 준비했을까. 승부조작으로 침체된 한국축구에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할까, 아니면 피앙세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할까. 아니면 늘 그렇듯 기도 세리머니를 할까. 박주영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비밀에 부쳤다.

박주영은 훈련 전 기자회견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세르비아전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즐거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승부조작과 관련해서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젓한 말도 했다.


상암=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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