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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논텐더로 풀어 FA가 된 코디 벨린저가 결국 다른 팀과 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벨린저는 논텐더 직전 다저스로부터 다년계약을 제시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민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 다저스는 내년 1800만달러 정도로 예상되는 벨린저의 연봉이 아깝다면서 논텐더로 풀었다. 다년계약 조건이 어떠했을 지 알 만하다.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벨린저의 에이전트는 구단들에겐 '악마'같은 존재인 스캇 보라스다. 보라스는 FA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VIP 고객'이 FA가 되기 전 기존 구단에 장기계약으로 묶이는 걸 혐오한다. 가령 지난 여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후안 소토가 2024년 말 FA가 되기 전 연장계약을 제안받는다면 앞장서 뜯어말릴 사람이다. 보라스는 FA 시장의 논리와 현실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그리고 협상의 귀재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벨린저는 원래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상황이었다. 내년 건강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 돈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보라스가 이번에 1년 계약을 추진하려는 이유다.
보라스는 지난 22일 디 애슬레틱 인터뷰에서 "다년계약을 오퍼받았다. 벨린저의 나이를 감안하면 지금 다년계약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벨린저는 1995년생으로 내년 28세가 된다.
결국 다저스와의 인연은 이번에 끊어진 것이고,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수순만 밟으면 된다. 그리고 1년 뒤 FA 시장을 공략하는 게 보라스의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고 보면 다저스 구단에게 보라스는 '궁합'이 잘 안맞는 에이전트다. 최근 보라스 사단 FA들이 다저스와 계약한 사례가 없다. 대표적인 선수가 류현진이다. 2019년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다저스의 '헐값' 제안을 뿌리치고 4년 8000만달러를 제시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손을 잡았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첫 풀타임 시즌인 그해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주가를 높였다. FA 시장에서 각광받는 선발투수였다.
맥스 슈어저도 마찬가지다. 작년 여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슈어저는 전성기 기량으로 시즌을 마친 뒤 FA가 됐다. 그러나 다저스는 나이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재계약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보라스를 앞세워 시장을 돌아다닌 끝에 3년 1억3000만달러를 내민 뉴욕 메츠와 계약했다. 유격수 코리 시거도 보라스의 제안대로 작년 말 FA가 돼 10년 3억2500만달러에 텍사스 유니폼을 ?恃駭?
다저스 출신은 아니지만 다저스행이 점처졌던 선수들도 그렇다. 2018년 말 브라이스 하퍼와 2019년 말 앤서니 렌던도 FA로 풀렸을 때 다저스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두 선수의 에이전트 역시 보라스다.
이 대목에서 관심을 모으는 다저스 선수가 있다. 이젠 에이스라고 불러도 무방한 멕시코 출신 좌완 훌리오 유리아스다. 그는 내년 말 생애 첫 FA가 되며, 에이전트가 보라스다. 류현진처럼 다저스로부터 인색한 제안을 받고 훌쩍 떠날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