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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세웠다. 하지만 현실이 원칙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홍명보 감독의 뒤를 이을 신임 A대표팀 감독 선임은 아직 첩첩 산중 속이다.
협회가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연봉은 10억~12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지급한 연봉은 10억원 수준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온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지급했다. 두 감독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는 움베르투 코엘류(64·포르투갈), 요하네스 본프레레(68·네덜란드) 감독은 60만~70만 달러(약 7억원) 정도를 받았다는 후문이다.홍명보 감독의 연봉은 8억원 정도였다.
돈이 안된다면 다른 '매력 요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리 인기있는 직장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데려왔을 때는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는 '후광 효과'가 있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에도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이라는 당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안컵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유럽 명문팀들의 영입 후보에 항상 올라있는 A급 감독들이 굳이 한국까지 와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현직에 있는 국내 감독들의 경우 팀을 떠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선례는 많다. 2007년 8월 당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동시에 맡고 있던 핌 베어벡 감독이 사퇴했다. 협회는 올림픽대표팀 감독 후임으로 박성화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박 감독은 불과 17일 전 부산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K-리그 감독 빼가기'라는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해 12월 허정무 전남 감독을 A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할 때도 같은 비난이 일었다. 2013년 조광래 감독의 후임으로 최강희 전북 감독을 '무리하게' 데려왔다. 시한부 감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케쥴도 또 하나의 변수다. 당장 아시안컵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 한국이 치를 수 있는 A매치는 9월 2번, 10월 2번에 불과하다. 4차례 훈련과 경기를 가진 뒤 아시안컵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은 1960년 아시안컵 이후 우승이 단 한차례도 없다. 제 아무리 협회가 4년 장기 계약을 하고 '성적에 신경쓰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말처럼 쉽지 않다. 예상 외 부진한 성적이 나온다면 성난 여론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과연 협회가 이런 여론을 제대로 막아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원포인트 릴리프'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최강희 감독 당시처럼 '시한부 감독의 재현'이라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장애물이 많은만큼 협회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우선 월드컵이 끝난 뒤 감독 시장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현재 우리 상황에 잘 맞으면서도 4년간 한국 축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