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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반성과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6-30 06:33


2010.8.5/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대표팀 해단식"
5일 오후 소공동 조선호텔에서해단식을 갖고 있다. 해단식에 참석한 조중연회장과 조광래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호텔=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1무2패 16강 진출 실패.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거둔 한국 축구의 성적은 굴욕이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1무2패를 거둔 이후 16년만의 무승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4년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감독만 3명이었다. 첫번째 조광래 감독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잘 짜여진 패싱축구'로 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몰리자 결국 경질됐다. 축구협회는 인내심이 없었다.

이어 최강희 전북 감독을 선임했다. 최 감독은 거듭 고사하다가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선을 그었다. 사상 초유의 '시한부 감독'이었다. 힘이 있을리 없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대표팀은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은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상처는 컸다.

2013년 6월 25일 홍명보 감독이 새롭게 대표팀 지휘를 맡았다. 시작부터 힘겨웠다. 월드컵 첫 경기인 러시아전까지 남은 시간은 359일이었다. H조 상대국과 비교했을 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러시아의 카펠로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까지 693일의 시간이 있었다. 벨기에의 마크 빌모크 감독 역시 765일동안 팀을 이끌었다. 알제리의 바히드 하릴호지치 감독은 무려 1093일동안 준비를 한 뒤 월드컵에 나섰다.

부족한 준비 시간을 메울 수 있는 카드는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물론 축구협회도 알고 있었다. 브라질이나 크로아티아 등 강팀들을 초청해 경기를 가졌다. 그리스로 날아가 유럽 원정 경기도 했다. 일종의 벼락치기였다. 그런데 핵심을 놓쳤다. '현지 적응'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물론 대표팀은 1월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정작 경기가 없었다. 훈련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홍명보호는 단 한번도 브라질의 그라운드에서 실전을 뛰지 못한 채 월드컵을 맞이했다. 뼈아픈 실책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끝났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 시작이다. 축구협회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먼저 변해야 한다. 다음 월드컵까지는 4년의 시간이 남았다. 단순한 벼락치기는 안된다. 전체적으로 한국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많은 일 중의 하나가 K-리그 활성화를 위한 공생방안 마련이다. K-리그 발전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전제조건이다. 단순히 축구팬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K-리그를 하나의 산업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면서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유소년시스템의 연구와 투자, 지도자교육의 체계화 등 뿌리 다지기에 큰 힘을 쏟아야 한다. 튼튼한 뿌리없이 크는 나무는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축구협회가 먼저 변하고 노력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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