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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릴 동물 네트워크…신간 '동물 인터넷'

기사입력 2024-11-21 14:42

[연합뉴스 자료사진]
[휴머니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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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비는 3월에 새끼를 낳기 위해 우리나라에 찾아왔다가 9월이면 따뜻한 남쪽 나라를 향해 떠난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이동이 다분히 유전적 지침에 따라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새들이 어디로 날아갈지, 얼마나 날갯짓해야 보금자리에 도착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새들뿐 아니다. 다른 동물들도 DNA에 새겨진 정보에 따라 행동한다고 여러 과학자는 믿었다.

그러나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의 마르틴 비켈스키 소장은 신간 '동물 인터넷'(휴머니스트)에서 동물의 행동을 추동하는 건 DNA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동료들과 끊임없이 조잘대며 나누는 정보도 동물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그는 주장한다. 가령, 새들은 어느 정도 높이에서 날아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주요 정보를 대화하며 알아간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건 수십 년에 걸친 연구 덕택이다. 저자와 동료 과학자들은 전파천문학에 쓰이는 위성 기술을 이용해 동물에게 '인식표'를 부착한 후 추적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동물의 행동은 물론 온도, 습도, 고도, 기압 등의 환경 정보까지 모두 수신해 거대한 서버에 담았다. 이른바 '동물 인터넷'(IoA)을 구축한 것이다.

동물들의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개별 동물들의 면면은 놀라웠다. 수많은 연구진 사이에서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인간을 파악하고 행동을 달리하는 갈라파고스섬의 쌀쥐, 막대기를 물고 와 사람에게 '던지기 놀이'를 시킨 북극의 여우, 수분할 새로운 나무를 찾기 위해 섬에서 본토로 장거리를 뛰는 난초벌 등 여러 동물이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였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동물 인터넷에 모여있다. 동물을 연구하고 이들의 행동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연구 결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동물 인터넷의 장점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쌓아온 동물들의 지식을 모아 분석하면 기후 위기, 팬데믹 등 인간이 당면한 여러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낙관한다.

"이들이(동물이) 가진 지식의 총합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서 모은 지식의 총합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의 지식은 영겁의 시간을 거치고, 믿기 힘든 지구와 기후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운석 소나기, 화산 폭발 이후의 빙하기, 치명적인 질병의 대유행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극적 사건을 거치면서 검증된 지식이자 지속 가능한 지식이다."

박래선 옮김. 304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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