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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스칠때 생각나는 붕어빵…1개 700원에도 25분 '대기줄'

기사입력 2024-11-21 11:44

[촬영: 임채두 기자]
[촬영: 임채두 기자]
김 피어나는 노점에 사람 몰려…"너무 비싸" 발길 돌리기도

"추위 속 대기하는 모습에 붕세권 실감…지난해 3개 1천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5분쯤 기다려야 되는데, 어떻게 할 거여. 기다릴 거여?"

해가 저물어 어스름해지고 찬바람이 스쳐 문득 생각난 붕어빵.

20일 저녁 전북 전주시 완산구 일대를 돌고 돌아 가까스로 찾아낸 붕어빵 노점상의 말에 순간 어찌해야 할지 갈등했다.

찰나 눈에 들어본 붕어빵 1개 700원. 가격표를 보고 나서는 왠지 날이 더 춥게 느껴졌다.

'작년엔 350원이었는데…700원짜리 붕어빵 사는 데 25분을 기다려야 하나.'

노점상 앞 도롯가에는 이미 먼저 온 손님 10명가량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시선과는 상관없이 기계틀의 붕어빵은 정확한 시차를 두고 앞뒤로 뒤집어지며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야, 20분이나 기다렸어. 그냥 가자."

남성 3명의 대화를 귀동냥하니 꽤 오랫동안 초겨울 추위를 감당한 듯했다.

"그냥 가자"는 두 친구의 말에도 1명은 인내로 무장했는지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와플과 계란빵은 바로 사 갈 수 있지만 유독 붕어빵만 오래 기다려야 했다.

붕어빵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락모락 피어난 김이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는지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 하얀 김을 쫓아 저 멀리서 총총히 걸어온 앳돼 보이는 남녀는 노점에 다다르자 1초 만에 발길을 돌렸다.

붙잡고 이유를 물으니 "너무 비싸서"였다.

1개 700원인 붕어빵에 선뜻 지갑을 열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지난주 수능을 마쳤다는 홍모(19)양은 "한 마리에 700원이나 하는 붕어빵을 사 먹으려고 이 추운 날에 저 많은 사람이 20분 넘게 기다리는 게 좀 신기하다"고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붕어빵 가격을 1천원에 3개로 기억했다.

기자의 기억도 그랬다.

홍양은 "작년 이맘때, 그리고 다른 노점과 비교해도 좀 비싼 편인데도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걸 보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말을 이해할 것도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주문한 단팥 붕어빵 3마리, 슈크림 붕어빵 3마리가 나왔다.

정확히 21분 만이었다.

노점을 뒤로하고 돌아서는데 아직도 자기 차례의 붕어빵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손님들로 줄은 이어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붕어빵이 담긴 흰 봉투를 과감하게 찢어서 벌렸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붕어빵 크기보다 조금 작았다.

두손으로 붕어빵 한 개를 집어 들어 꼬리부터 입에 넣었다.

찬바람 나는 겨울철의 붕어빵 맛은 역시나 '진리' 인 거 같다.

d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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