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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助演), 도울 조에 펼칠 연. 주연을 도와 극을 전개해 나가는 역할을 가리킨다. 그러나 2024년 극장가는 달랐다. 주인공 못지않게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이야말로 최근 어려운 한국 영화계의 구원 투수나 다름없었던 것. 이에 제45회 청룡영화상 남녀조연상에서도 그 어느 부문보다 가장 치열한 경합을 펼치게 됐다.
그도 그럴것이 라인업부터 화려하다. 구교환(탈주), 박해준(서울의 봄), 유해진(파묘), 이희준(핸섬가이즈), 정해인(베테랑2). 심사위원들도 가장 고심될 부문으로, 벌써부터 열띤 논의가 점쳐진다. 사실 스크린 보릿고개 상황 속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맹렬한 다툼 끝에 탄생할 트로피 주인은 누구일지 관심이 쏠린다.
구교환은 '탈주'에서 북한병사를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 역할로,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뿐만 아니라, 추격자의 집념까지 보여줬다. 극과 극 모습으로 구교환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서울의 봄'에서 반란군 2인자 노태건 역할로 열연한 박해준은 이중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움츠렸던 극장가에 기지개를 켜게 했다. 특히 역할의 모티브가 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는 극찬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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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 '푸른 용' 청룡의 해다. 청룡의 해에 청룡 수상은 더더욱 값진 일. 특히 송윤아(광복절 특사), 강혜정(올드보이), 윤여정(하녀), 박소담(검은 사제들), 이정은(기생충) 등 '여우조연상 명가'로 꼽히는 청룡에서의 선택을 받게 돼 더 귀중하다.
올해 청룡 여우조연상 수상하게 된다면, 이날만큼은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모든 이의 박수 속에서 영광의 트로피를 건네받는 그 순간이, 배우 인생이라는 작품 속 중요한 신으로 꼽히게 되는 것. 이처럼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자리를 두고 공승연(핸섬가이즈), 염혜란(시민덕희), 이상희(로기완), 임지연(리볼버), 한선화(파일럿)가 맞선다. 먼저 '청룡'과 인연을 맺은 공승연과 임지연을 살펴볼 만 하다. 공승연은 2021년 시상식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로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신인여우상을 받고, 약 3년 만에 '핸섬가이즈'로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더 글로리'로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임지연은 이번에 '리볼버'로 영화상 시상식을 찾는다. 이들이 또다시 '청룡 여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여우조연상' 경력직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앞서 거론된 임지연이 제33회 부일영화상, 제9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리볼버'로 여우조연상을 이미 받은 데 이어, 염혜란도 '시민덕희'로 제4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44회 황금촬영상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상희 역시 '로기완'으로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여자조연상 주인이 됐다. 이들이 청룡에서도 '역시'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으로 한선화의 영화 수상 도전기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러 드라마에서 굵직한 상을 받으며 탄탄한 연기력을 증명한 한선화가 '파일럿'으로 '청룡 여우조연상'이라는 커리어를 추가할지, 올해 시상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대상주식회사 청정원이 함께하는 제45회 청룡영화상은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며, KBS2를 통해 생중계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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