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신예 배우의 존재감이 깊고 뚜렷하게 각인되는 순간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의 가장 큰 수확은 채원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배 한석규와도 밀리지 않은 연기력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탄탄하게 표현한 바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지난 15일 웰메이드 수작으로 용두용미 결말을 남겼다.
|
자신이 해석한 장하빈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왜 그렇게 나를 의심하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촬영 초반까지만 해도 저도 어른의 시선으로 하빈이를 본 것 같다. 저도 학생이 아니다 보니까, '네가 오해를 받게 한 것에는 너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결핍이 있는 아이고, 18살 밖에 안 됐는데, 다른 청소년들과 표현의 방식은 너무 다르긴 하다. 그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약간의 보상심리라고 해야 하나. 어린 시절 내내 의심 받아 왔으니. 계속해서 아빠를 긁으면서도, 되게 모순되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마음이 아프더라."
일각에서는 하빈을 두고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채원빈은 "처음에는 이 인물이 형체가 없다 보니까, 인물을 담을 수 있는 상장이 있었으면 좋겠더라. 그게 사이코인지, 소시오인지 알려주시면 참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걸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때는 이걸 생각해야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여기서 중요한 건 소시오인지 사이코인지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 그 말씀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기획 의도와 맞지 않고, 감독님은 좀 열어두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걸 가두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억 남는 반응으로 "하빈이는 오은영 박사가 아니라, 퇴마사 만나서 구마해야 한다고 하더라. 금쪽이가 아니라 악귀라고. 사진이 너무 웃겨서 저장해서 가족들한테도 보여주고 그랬다 "며 웃기도 했다.
|
장하빈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언급했다.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을 처음 연기하다 보니 새롭게 보는 게 많았다.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알았던 것 같다"는 채원빈은 "하빈이를 연기하면서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 촬영 중간에 감정이 느껴지면 터져나올 때가 있더라. 그래서 집 가서 지칠 때까지 운 적이 많았다. 저는 슬픔은 털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냥 넘어가면 밥 먹고 체한 것처럼 갑갑하고 예민해진다. 별 거 아닌 거에 짜증나고 부정적 기운이 많아져서 차라리 마음껏 울자고 했다"라고 했다.
장하빈을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것으로는 "오히려 참고는 안 하려고 했다. 어느 정도 구축이 된 상태에서 기능적으로 따왔다면 그걸 참고했을 텐데, 너무 참고하면 의지를 하게 될 것 같더라. 원래는 무조건 파고드는 성격인데, 처음으로 '도망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인물이었다. 제가 찾은 방법은 감독님께 매달리는 방법이었다. 모든 인물에 대한 정보가 있는 분이니, 감독님께 고민이 되는 장면은 별표를 쳐서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런 거에서 나오는 게 맞나요?'라고 여쭤봤다. 그렇게 답을 찾아갔다"고 밝혔다.
|
특히 '이친자' 송연화 PD도 올 연말 'MBC 연기대상'에서 채원빈이 여우신인상을 받기를 원한바, 채원빈의 소망도 들어봤다. 그런데 채원빈은 의외의 답을 내놓아, 웃음을 샀다. "감독님 인터뷰를 보는데 이미 신인상 받은 기분이었다. 감독님 인정이 저한테 크게 와닿았다. 너무 감사했다. 늘 말씀을 드렸던 게 아빠와 베스트 커플상 받고 싶다는 것이다. 못 받더라도 베스트 커플이라 생각한다(웃음)."
|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