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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옛말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시작은 불법 업소의 뒷돈을 받아먹는 그저 그런 비리 경찰인 줄 알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불법이 불법을 낳고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만들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는 나약한 인간들이다. 결국 더러운 돈은 손대지도, 욕심을 내지도 않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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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강력계 형사로 사건을 수사하지만, 밤에는 불법 영업소와 범죄 조직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더러운 돈을 챙기는 경찰들의 이야기다. 양심도 잠시, '더러운 돈'이라는 명분으로 살림살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용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경찰들이다.
물론 '더러운 돈'에 손대야 했던 서사도 빠질 수 없다. 명득(정우)은 아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혁(김대명)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난 도박 빚 때문이었다. 사연이 어떻든 두 사람은 손대지 말아야 할 진짜 엄청난 '더러운 돈'을 알게 됐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그 유혹은 달콤 그 자체였던 것. 바늘 도둑이었던 두 사람은 '더러운 돈'을 차지하기 위해 어설픈 소도둑이 됐고 엎친 데 덮친 격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두 사람을 쫓는 광수대 승찬(박병은)까지 반전이 더해지면서 극한의 긴장감이 명득과 동혁의 숨통을 쥐고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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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우와 김대명은 친형제보다 더 진한 버디 케미부터 중반부를 기점으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대립각까지 다양한 감정 변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명득과 동혁처럼 정우와 김대명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더러운 돈'에 손댈 수밖에 없는 애잔한 서사도 두 사람의 호소력 짙은 열연으로 반박 없이 설득당한다. 짧지만 강렬하게 퇴장한 순경 정훈 역의 조현철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5년간 고치고 다듬고 인고의 시간을 견딘 숙성의 맛이 느껴지는 신작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묵직하게 녹여낸 문제작으로 침체된 극장가 파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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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