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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은 이집트에서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 문헌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서 '해부학'이란 용어가 최초로 사용됐다. 기원전 3천년 무렵 제작된 이 책은 주술이 아닌 실험과 관찰 중심으로 이뤄진 첫 과학책으로 추정된다.
로마 의사 갈레노스의 '체액설'은 2세기부터 14세기까지 서양 의학을 지배했다. 흑담즙, 황담즙, 혈액, 점액 등 4가지 '체액'이 몸을 구성한다는 이론이다. 당시 해부학을 다룬 책에는 체액에 관한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르네상스 시기 이후로는 예술과 해부학이 공생관계였다. 미술학교에서도 해부학을 가르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연구 목적으로 지역병원 관계자들과 시신을 뒷거래했다. 19세기에는 해부학이 인기를 끌면서 시신 도굴꾼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해부학은 예술과 점점 멀어졌다. 인체 부위에 관한 정교한 소묘 대신 내시경,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기계가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해부학책들을 분석하며 의학적 발전 과정은 물론,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를 들려주며 5천년 해부학사를 흥미롭게 정리한다.
해나무. 416쪽.
▲ 괴물들 =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세상에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잘못된 행동 탓에 오명을 얻은 이들도 있다. 로만 폴란스키, 파블로 피카소, 마일스 데이비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이들이다.
폴란스키는 탁월한 영화감독이지만 여러 건의 성범죄 전력이 있다. 그는 열세 살 소녀에게 약물을 먹인 후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즈 분야에선 베토벤에 비견될만한 작곡가 겸 연주자인 마일스 데이비스는 불륜을 저지르고 아내를 학대했다.
예술계의 괴물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아이 둘을 두고 작가의 삶을 살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기자이자 도서 평론가인 저자가 위대한 걸작을 만든 예술가들의 이면을 파헤쳤다. 책은 작품과 창작자를 분리해서 봐야 할지 한 몸으로 봐야 할지에 관한 해묵은 논쟁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을유문화사. 340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