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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결승 무대에서 '페이커'와 T1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대신 한화생명e스포츠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지난 3년간 LCK 결승 무대에 6차례 연속 올랐던 T1은 최종 3위로 여름 시즌을 마감했다. 이는 LCK에선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T1, 그리고 T1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페이커' 이상혁은 LCK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가장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게다가 정규리그 성적이 최상위권이든 중위권이든 상관없이 지난 3년간 플레이오프에만 나서면 '무적' 모드로 돌변, 무조건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만큼 팀의 구심점인 이상혁의 존재감이 큰 것도 있지만, 다른 팀원 모두 큰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워낙 강하다보니 상대가 주눅이 드는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다만 T1이 젠지와 더불어 양대 산맥을 구축하면서, 다른 팀들이 늘 조연에 불과한 아쉬움도 있었다. T1과 젠지가 5연속 LCK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그만큼 두 팀이 선수들에 투자하는 연봉이 다른 팀들을 능가한 측면도 있다. T1은 SK텔레콤과 미국 컴캐스트의 합작 법인이지만 사실상 컴캐스트가 주도하고 있고, 젠지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투자를 받고 있기에 팀 단위로는 아직 수익을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적자를 감내하는 폭도 클 수 밖에 없다. 리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팀의 독주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본이라 할 수 있는 한화생명이 두 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액수의 투자로 나름의 '슈퍼팀' 라인업을 구성, 지난 3년간의 두 팀 독주 구도에 균열을 낸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팀에게도 투자를 더 자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전력 양극화 고착으로 자칫 재미와 경쟁력이 반감될 수 있는 LCK에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화생명의 결승 진출이 더 반가운 이유다.
경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