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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 푸석한 머리에 땀 자국 난 면 티셔츠 하나만 입고 무심하게 권총을 쏘는 중년의 여자 형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기존에 없던 중년 여자 형사 윤보민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킨 배우 이정은(54)이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와 고민시, 찬열 등과의 연기 호흡 그리고 호불호가 갈리는 시청자 평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가감없이 전했다.
먼저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정은은 "평행선을 달리는 두 가족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그 안에서 '보민'이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없던 중년 여성 형사 역을 맡게 된 데에 대해선 "이런 역할을 기다려왔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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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윤보민은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중년 형사로서의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정은은 이 캐릭터를 통해 "땀에 젖은 면 티셔츠를 입고 사건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감독님이 매우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그녀는 캐릭터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스타일링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하며 "보민이라는 친구는 화장이나 머리를 매만질 시간이 없어서 사건 해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윤보민의 이야기 대부분이 생략되었지만, 이정은은 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는 "연출적인 부분 때문에 촬영을 하고도 생략된 신들이 많다. 보민이 남편, 아이와 함께 일상생활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극에서 보민이 사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부각되기 위해 그런 선택이 필요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 '윤보민 이야기만 따로 스핀오프로 만들어달라'고 요청드리기도 했다"며 웃음지었다.
이어 후배 고민시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그는 "경찰인 제가 범인인 고민시를 체포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 현장에 있던 김윤석 배우를 비롯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그녀의 연기에 완전히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질려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에서 본능적인 살인 감각 같은 것이 느껴졌다"며 극찬했다.
배우 찬열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정은은 "맑은 느낌을 가진 배우더라. 극 중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다시 돌려주는 장면을 촬영할 때 눈을 봤는데, 이 장면을 기다려 온 것 같았다. 촬영을 하면서 '(극 중에서) 이 친구가 환한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김윤석 배우에 대해서는 "선배님하고는 너무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촬영 시간도 길게 걸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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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정은은 작품이나 맡은 배역에 관한 반응들을 일일이 찾아본다고 밝히기도. 그는 "저는 작품 관련한 반응들을 다 챙겨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급된 기사들도 찾아서 보기도 하고, 요즘에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댓글이 있었을까. 이정은은 어린 시절의 '보민' 역을 맡은 하윤경 배우와 관련해 "'보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냐. 역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있더라. '이정은 연기 좋았다'는 반응도 읽어봤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정은은 평소 자신에게 도전 과제처럼 주어지는 역할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배역들을 연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을 재확립한 이정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