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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옹화마을 사람들의 평화로운 엔딩으로 웃음과 감동을 모두 선사했다.
2회는 사라진 카사노바 견 백구를 찾는 정자왕(정상훈 분)과 옹화마을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장직을 지키려는 정자왕과 뺏으려는 덕삼(이중옥 분)은 '백구를 먼저 찾는 사람이 차기 이장이 된다'는 공약을 걸고 경쟁을 펼쳤다. 그 와중에 백구는 새끼들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백구가 아직 마을에 있다고 확신했다. 백구를 유인하기 위해 백구가 좋아하는 음식인 돈가스가 동원됐다. 사람들은 돈가스 튀김 냄새에 질려 "백구 잡기 전에 우리부터 잡겄슈"라며 질색팔색했다.
마을이 난리인 가운데, 백구를 숨겨주고 있는 범인의 정체가 드러났다. 복철(조단 분)이었다. 복철은 자기 밥을 챙겨가며 백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지만, 결국 정자왕에게 발각됐다. 복철은 중성화수술을 할 백구가 안쓰러워 어린 마음에 숨겨줬던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헛구역질을 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던 아내 임신애(전혜빈 분)가 여섯째를 임신했다. 정자왕은 "난 분명 묶었는디"라며 멘붕이 왔다. 임신 소동의 전말은 정자왕의 몸 속에 남아있던 정자 때문으로, 간호사의 안내 문자를 보지 못한 정자왕의 실수였다. 계획엔 없는 임신이었지만 정자왕은 기쁜 소식을 들었다. 아들 다섯에 드디어 염원했던 딸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임신 축하 마을 잔치가 벌어진 가운데, 흑구로 둔갑한 백구가 발견됐다. 앞서 복철이 할머니의 염색약으로 백구를 흑구로 변신시켰고, 이를 덕삼이 찾아낸 것. 덕삼은 흑구가 백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고 좋아하는 돈가스를 들이밀었지만, 백구는 배우 뺨치는 연기를 펼치며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백구 대신 정자왕은 진짜 정력왕으로 '세상에 그런 일이'에 출연, 정력에 좋은 옹화 마를 먹고 6남매 아빠가 됐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정자왕은 "지지고 볶고 다 했는디 정자가 살았어유. 이게 보통 일이유?"라며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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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백구의 진실을 모르는 척해주는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대화 장면은 최고의 1분을 장식하며, 분당 최고 시청률 3.8%를 기록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복철을 위해 뭉친 사람들의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방송 말미 공개된 쿠키 영상에서는 돈가스를 먹으면 안된다고 백구를 훈련시키며 완전 범죄를 꿈꾸는 복철의 귀여운 모습과, 그런 복철의 마음을 알고 애견샵에서 염색약을 사는 춘심의 빅픽처 설계가 반전으로 밝혀지며 감동을 더했다.
유쾌한 웃음 뒤 따뜻한 감동을 남긴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짧지만 굵게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선보이며 MBC 극본공모전 단편 최우수작의 가치를 입증했다. 정관수술로 시작해 방심할 틈 없이 웃음을 주던 이야기는 아이와 어른, 사람과 동물 사이 나눌 수 있는 정을 그려내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백구를 가족처럼 여기는 춘심과 복철, 정자왕과 복철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 옹화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고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말맛 나는 대사와 톡톡 튀는 발상으로 극본을 쓴 예능 작가 출신 노예리 작가, 이를 더 빛나게 해준 연출력의 김영재 감독의 시너지도 컸다.
옹화마을 사람들 그 자체가 된 배우들은 애드리브로 장면을 더 맛깔나게 살려냈다. 특히 '코믹 장인' 정상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훈은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날 보고 대본을 쓰셨나?"라고 밝힐 정도로 '캐아일체'가 된 정상훈의 활약은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정상훈과 찰떡 부부 케미를 보여준 전혜빈, 차진 연기를 펼친 이중옥, 연기 내공을 자랑한 김영옥, 해맑고 순수한 어린 복철을 연기한 조단, 신스틸러 백구 등 모든 배우들의 빈틈없는 활약이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의 원동력이 됐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