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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아빠하고 나하고' 이승연의 아빠가 53년 만에 전처를 만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길러준 엄마 덕에 성사됐다. 이승연의 길러준 엄마는 두 사람의 만남을 흔쾌히 허락했다. 친엄마 역시 "아빠 만나보는 거 어떠냐"는 질문에 망설이다 "지금은 만나면 길러준 엄마한테 잘해주라는 말밖에 할 게 없을 거 같다"고 밝혔다.
이승연은 "오늘은 드디어 아빠와 친엄마가 만나는 날이다. 큰일이긴 하지만 한 번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했던 일이라 담담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고 긴장된 마음을 숨겼다. 전처를 기다리며 아빠도 "본지 하도 오래 되니까 긴장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싸우지 말라"며 약속까지 받아낸 이승연은 "아빠가 왜 그러는지 나는 알겠는데 엄마는 모를 때가 있더라. 통역이 딸은 되는데 부부끼리는 안 될 때가 많은 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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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가 먼저 손인사를 건넸고, 아빠는 당황한 듯 인사도 못 건네고 얼어버렸다. 이승연은 두 사람이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게 자리를 피해줬다. 이승연은 "오늘은 아빠랑 엄마로 안 보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 거 같다"고 밝혔다.
53년 전 헤어졌던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할까. 아빠는 "처음 본 사람 같았다. 옛날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생소했다"고, 친엄마는 "어제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앞에 앉으니까 약간 상기가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아빠는 "제 모습이 그때하고 지금하고 비슷하냐. 세월이 워낙 많이 흘러서 잘 생각 안 날 거다"라고 물었고 친엄마는 "생각은 아직까지 다 난다. 이렇게 다시 만나서 보니까 그래도 많이 안 늙었다"고 밝혔다. 아빠는 친엄마에게 "완전히 딴사람이다. 길에서 봐도 몰라보겠다"며 "항상 저도 생각 많이 했다. 어디 가서 잘 살고 있는지 별일 없는지. 과거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누구나 과거는 다 있는 거니까. 돌이켜서 과거를 생각하면 다 기억할 거 아니냐. 승연이가 큰일했다"고 이승연의 과거를 줄줄 읊었다.
이에 친엄마는 "승연이 얘기를 계속하면 나는 애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 걔가 비행기 타고 연기자가 되고 이런 거 다 아니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라. 당신도 한 번도 애한테 잘한 거 없으니까. 나도 잘한 거 없다"고 불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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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는 길러준 엄마를 위한 약 선물까지 준비했다. 친엄마는 "그 분이 고생 많이 하셨다 들었다. 오늘은 그 분한테 잘하라는 얘기밖에 할 게 없을 거 같다. (이승연을) 그렇게 잘 키워줬고 애한테 잘했다고 하니까"라고 밝혔다.
아빠는 친엄마에게 과거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빠는 "(친엄마가) 무엇 때문에 일본을 가게 됐다. 일본 가서 귀국을 안 했다"고 말했고 친엄마는 "종철 씨가 옛날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게 내가 남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 거 다 소용 없지만 승연이 두 번째 생일에 외식하러 가던 날 그때 종철 씨 뭐했냐. 여자하고 같이 있었잖아. 내가 승연이를 안고 가다가 봤다"고 밝혔다.
이어 "기억 하는 거 뭐가 있냐. 옷장 발로 차서 유리 깨진 거 그거 생각난다"고 쏘아붙였고 친아빠는 "그건 기억한다"고 밝혔다.
친엄마는 "승연이 낳을 때 내가 원했던 건 나도 엄마가 없으니까 얘한테는 절대로 의붓엄마를 만들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내가 빠져 나온 건 내가 가장 아닌 가장이 됐잖아. 종철 씨가 다니던 상가에서 화재 나고 일을 그만두지 않았냐"며 "그게 불행의 시작"이라 밝혔다. 이에 아빠는 "인정할 수 있게끔 얘기를 확실히 하니까 느낌이 오더라. 다 알아들었다"고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했다. 잘못을 인정한 아빠는 "당장 내일 내가 세상을 떠난다 해도 이제 여한이 없을 거 같다"고 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wj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