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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이 수묵화의 정신성에 초점을 두고 한국화의 혁신을 꾀했다면 황창배는 지필묵(紙筆墨.종이와 붓과 먹)에 갇히지 않고 아크릴과 캔버스 등 동서양의 재료를 모두 사용하며 기존 한국화의 틀을 깬 작가다.
전시는 이들 두 사람의 작품을 통해 20세기 후반 한국화단이 시도했던 변혁의 모습을 살핀다.
송수남의 제자인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는 4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이단이나 근본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고 배척당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오늘날 현대 한국화가 중국화나 일본화와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씨앗이 이 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한국화의 정립'을 지향했던 송수남은 먹이 지닌 다양한 재질의 속성과 형식성을 실험했다. 전시에서는 단순화된 이미지, 대칭적 구도, 먹물의 번짐이 만들어낸 추상적 풍경 등을 보여주는 작품 40여점을 소개한다.
황창배의 작품으로는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린 그림, 비백(飛白. 붓이 지나간 뒤에도 비어있는 공간)이 강조된 붓질, 문인화와 민화의 형식을 자유롭게 섞고 현대적 언어로 다시 풀어낸 작품 등 40여점을 볼 수 있다.
동양화가인 오숙환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번 전시가 젊은 작가들에게 한국화의 갈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14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