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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출간
강남지역에서 1995년부터 환자를 만나고 있는 김정일 정신과 전문의가 쓴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강남은 "전국의 돈, 아니 세계의 돈이 몰려드는" 곳이다. 돈만 있으면 대우받고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천대받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려면 몸부림쳐야 한다. 그러다 삐끗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많은 강남 거주자가 정신과에 의존하는 이유다. 김 전문의는 4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남에서 정신과 개업이 늘고 있는데, 아마 전국에서 최고로 많이 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책은 돈에 포획된 강남 사람들의 욕망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그곳은 사랑도 팔고, 우정도 헌신짝처럼 버리며 사기꾼이 판을 치고, 배신과 거짓말이 횡행하는 곳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강남의 현주소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그런 강남에는 이룰 수 없는 욕망의 유혹과 돈으로 아름다움과 젊음을 구매하려는 금전 만능주의 라이프 스타일이 뿌리를 내린다. 필로폰 등 마약이 성행하고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과, 호스트바 등도 유행한다. 저자가 강남을 "거대한 정신병동"으로 규정한 이유다.
이렇게 강남이 추락한 이유는 거주자들이 '각자도생'에 매진하면서 사회 공동체 감각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돈을 위해, 자식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그 과정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적" 감정이 커진다. 저자는 "(내가 진료한) 강남 사람들은 사람을 99%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은 어딘가에서 위로받아야 하는데 그 위로는 인간관계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강남은, 서울은, 대한민국은, 정신병동입니다. 돈을 좇으려 하고, 돈의 유무가 열등감과 위화감을 일으킵니다. 이는 과대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강남을 포함해 대한민국 사회 전체는 '병리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최근 분당 칼부림 사건 등을 포함한 '묻지 마 식 범죄'도 그런 병리 현상의 일환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저자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공동체 감각이 떨어질수록 노이로제, 정신병에 가까워진다'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동체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교육, 부모 교육을 통해서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게 결여하면 우울감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마음이 퇴화하면 삶도 황폐해집니다. 나만 잘 살겠다. 내 아이들은 나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돈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함을 추구하고, 인간적으로 살아야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지식공작소. 260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