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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내 눈빛, 나도 무섭더라"…데뷔 32년차 이병헌, '콘유'로 찾은 새 얼굴 (종합)

안소윤 기자

기사입력 2023-08-09 14:33 | 최종수정 2023-08-10 06:14


[SC인터뷰] "내 눈빛, 나도 무섭더라"…데뷔 32년차 이병헌, '콘유…
사진 제공=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데뷔 32년 차 배우 이병헌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반갑게 맞이했다. 올여름 텐트폴 대전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 아파트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연기한 그는 광기 어린 눈빛과 서늘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잉투기',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병헌은 "어제 영화를 3분의 2 분량 정도 봤는데, 이 영화 촬영을 끝난 지가 벌써 시간이 꽤 흘렀지 않나.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감독님이 뭔가를 계속하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정되기 전 버전보다 확실히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느꼈다"고 영화를 관람한 소감을 밝혔다.


[SC인터뷰] "내 눈빛, 나도 무섭더라"…데뷔 32년차 이병헌, '콘유…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무더운 여름에 한겨울을 배경으로 촬영한 그는 "엄 감독님이 디렉션을 정말 안 주셨다"며 "디렉션이 과할 때 배우들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너무 안 줘도 배우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다. 엄 감독님의 경우는 굳이 디렉션을 안 주시는 스타일이라 제가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했다. 그러고 감독님한테 '뭐가 좋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두 가지 버전을 섞어서 연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과정을 돌이켜봤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병헌의 다채로운 매력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박보영 역시 지난 6월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병헌 선배가 눈을 갈아 끼우신 것 같았다"며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에 이병헌은 "요즘 배우들이 눈 알을 몇 개씩 들고 다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 그런 부분까지 영화를 통해 보여주게 될 줄 몰랐다. '나한테 이런 눈빛이 있었나, CG인가' 싶을 정도로 무섭더라(웃음). 영탁은 어디선가 리더가 되어본 적 없는 인물이고, 또 누군가를 살인하고 가족들과도 생이별을 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삶마저도 거의 놔버릴 지경에 이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SC인터뷰] "내 눈빛, 나도 무섭더라"…데뷔 32년차 이병헌, '콘유…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극 중 민성을 연기한 후배 박서준에 대해 "긴 시간 동안 봐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늘 '허허허'하고 건강한 웃음을 짓는다. 마음씨 좋은 청년 같은 느낌이다. 인간적으로도 후배 배우로도 참 괜찮다. 또 카메라가 돌아가면 미묘한 감정을 연기하더라도 예민함과 섬세함을 살려서 잘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명화로 분한 박보영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병헌은 "박보영은 저희 회사인데도 그동안 거의 만날 일이 없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자주 마주치게 됐다. 저도 박보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과속스캔들'이었다"며 "예쁘고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작품 촬영이 끝나고 나서 자기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하더라. 저와의 대립신에서 '선배 너무 무서웠다'고 하는데, '난 네가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보영에 '저런 눈빛이 있었어?'라고 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 돼서야 알게 됐는데, (박보영이) 나랑 붙는 신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는지, 감독님에 고민을 털어놨다고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이 박보영에 '이병헌 선배를 갈치, 혹은 하찮은 사물이라고 생각하라'고 해서 재밌었다. 감독님의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SC인터뷰] "내 눈빛, 나도 무섭더라"…데뷔 32년차 이병헌, '콘유…
사진 제공=BH엔터테인먼트
한편 이병헌은 글로벌 화제작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 그는 "황동혁 감독님이 시즌2를 생각을 안 하고 1을 만들지 않았나. 워낙에 친하니까, 저녁 먹으면서 '시즌1 촬영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절대 다시는 TV시리즈 안 하겠다고 하더라. 이빨도 몇 개 빠지고 고생도 많이 했으니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작품이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게 되니까, 결국 시즌2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황 감독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야기 꾼이고, 정말 천재인 것 같다"고 감탄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줄거리에 관한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저도 몇 가지 확인했는데, 맞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해 예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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