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촉촉한 70년대 바이브부터 활어처럼 팔딱이는 캐릭터, 통쾌하고 시원하게 터지는 전개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류승완 감독의 흥행 플러팅에 기분 좋게 홀릴 여름 극장가다.
먼저 '밀수'는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를 모티브로 스토리를 구성해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라디오, 미제 과자, 양담배 등 생필품은 물론 명품 시계, 모피 코트, 금괴, 다이아몬드와 같은 고가품까지 당시 깐깐한 검역으로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수입 물건을 밀수하는 방식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세관의 눈을 피하고자 바닷가에 밀수품을 던지고 그걸 해녀들이 건지면서 큰돈을 버는 독특한 방식의 해양 밀수 세계가 기존의 밀수 범죄극과 전혀 다른 스토리를 펼쳐내며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던 탈선이 점차 판이 커지면서 범죄로 확장되고 작은 어촌 마을이 돈이 되는 주요 소도시 군천이 돼가면서 변모하는 인간의 군상들은 현재의 모습과 묘한 기시감까지 자아낸다.
70년대 그 시절을 담은 '밀수'는 OST까지 70년대 바이브를 완벽하게 재현해 관객의 오감을 채웠다. 레트로 사운드풍에는 일가견이 있는 뮤지션 장기하를 음악감독으로 기용해 화룡점정을 찍은 것. 최헌의 '앵두',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펄 시스터즈의 '님아',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70년대를 풍미한 명곡들을 '밀수' 곳곳에 배치하며 전 세대를 아울렀다. 그야말로 미친 폼을 자랑하는 '밀수'다.
|
또한 얼굴부터 일단 '꿀잼'을 예고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역의 조인성은 비주얼은 물론 짧고 굵은 액션으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늑대의 유혹'(04, 김태균 감독)의 강동원, '수상한 그녀'(14, 황동혁 감독)의 김수현이 등판할 때 극장가에서 터진 여성 관객의 탄성이 올여름 극장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테랑 선배들의 활약 못지않게 작두를 탄 청춘 배우들의 기막힌 열연도 '밀수'의 빠질 수 없는 재미를 담당했다. 조춘자와 엄진숙 사이에서 찍소리 한번 못내 본 막내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 밀수판의 정보통 다방 마담 고옥분 역을 완벽히 씹어삼킨 고민시가 바로 그 주인공. 눈치 없는 순박한 시골 막내에서 밀수판 속 야망을 드러낸 양날의 반전 캐릭터를 오간 박정민은 야수 같은 연기력으로 후반부를 제대로 장악했고 70년대 유행했던 갈매기 눈썹을 제대로 소화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고민시는 비주얼보다 더 차진 연기력으로 '밀수'의 빈틈을 잘 메꾸며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선사한다. 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았던 고옥분의 러블리함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
스토리, 캐릭터도 독보적이지만 '밀수'의 백미는 다름 아닌 수중 액션이다. 충무로 '액션 대가'이기도 한 류승완 감독은 지금껏 쌓았던 노하우를 군천 앞바다에 모두 쏟아부어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짜릿하고 통쾌한, 시원하고 아름다운 수중 액션 시퀀스를 완성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해녀들의 고난도의 수중 액션은 그동안 한국 영화가 주로 보였던 단순한 수평 액션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재미를 더했다. 다양한 바디 무브가 가미된 수중 액션은 수평은 물론 수직을 자유자재 오가며 신선한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다. 더불어 지상 액션도 권 상사 조인성과 장도리 박정민이라는 피지컬부터 차원이 다른 극과 극 대결로 반전을 선사, 기존에 선보였던 액션물과 차별화를 확실히 뒀다.
|
한편, '밀수'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