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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의 바다, 칸국제영화제가 오늘(16일) 76번째 항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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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진출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이자 하이라이트는 단연 '거미집'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렸다. 지난해 열린 칸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올해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98) '반칙왕'(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이하 '놈놈놈') '밀정'(16)에 이어 5번째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 '놈놈놈'에 이어 15년 만에 칸영화제 동반 진출에 성공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의 명배우로 인정을 받은 그가 '거미집'으로 다시 한번 전 세계 씨네필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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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한국 대세 스타들 역시 올해 전 세계 많은 이목을 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칸에 입성한 송중기는 물론 제니, 정수정, 비비(김형서) 등 'K-POP' 출신 스타들이 올해 대거 칸을 방문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예정이다.
그중 국내 취재진의 이목을 끌 핫 스타는 다름 아닌 송중기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은 송중기는 지난해 연말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열애 인정, 그리고 올해 초 재혼 및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연이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이번엔 떠들썩한 연애사가 아닌 작품 '화란'을 통해 제대로 된 연기력을 평가받는다. 송중기는 저예산 영화인 '화란'에 노개런티로 참여하며 애정을 쏟았고 그 결실로 생애 첫 칸영화제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의미 있는 첫 칸 입성에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뱃속 2세까지 함께 레드카펫을 걸으며 추억을 쌓을 예정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POP' 스타 블랙핑크 제니도 걸그룹 아이돌이 아닌 '배우' 자격으로 올해 칸영화제를 방문한다. 제니는 샘 레빈슨 감독이 연출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더 아이돌'을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해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더 아이돌'은 떠오르는 팝 아이돌을 둘러싼 모든 관계들과 음악 산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로, 릴리 로즈 뎁이 주인공을 맡았고 더 위켄드, 트로이 시반 등 팝스타들이 대거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제니는 영문명 'JENNIE RUBY JANE'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 공개될 '더 아이돌'은 총 6부작 중 에피소드 두 편을 엮어 영화 형식으로 만든 버전을 오는 22일 밤 칸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제니는 '더 아이돌'에 출연 배우 자격으로 칸의 공식 초청을 받았고 이날 열리는 월드 프리미어 및 레드카펫 행사에 릴리 로즈뎁과 함께 자리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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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박찬욱이 없는 한국 영화,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경쟁 부문의 부재를 달랠 충무로 신예 감독들의 수상 가능성도 올해 칸영화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칸영화제는 20편 내외 경쟁 부문 초청작을 두고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여하며 대미를 장식하는데, 황금종려상 외에도 신인상 격인 황금카메라상 역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끄는 수상 부문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올해 황금카메라상 후보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화란'의 김창훈 감독이다. 독창성과 미학적 성취도가 뛰어난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칸영화제 공식 섹션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입봉작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김창훈 감독은 파격적이고 강렬한 누아르 '화란'으로 화려한 연출 신고식을 펼칠 예정. 김창훈 감독은 황금카메라상 외에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내 대상 및 심사위원상 수상까지도 열어둔 상황이다.
김창훈 감독외에 'K-공포' 신을 긴장하게 만들 또 다른 신예 연출자인 유재선 감독 역시 첫 연출 데뷔작인 '잠'으로 황금카메라상 후보가 됐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에게 악몽처럼 덮친 남편의 수면 중 이상행동을 다룬 작품으로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유미, 이선균과 함께 칸 무대에 오를 유재선 감독이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사람 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감독의 졸업 작품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황혜인 감독의 '홀'도 칸영화제 학생영화상으로 불리는 라 시네프(전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자연스레 1~3등까지 수상 가능성을 비쳤다. 앞서 '늑대소년'(12) '승리호'(20)를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남매의 집'으로 시네파운데이션상 3등을 수상해 발굴됐고 지난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윤대원 감독이 '매미'로 한국 최초 시네파운데이션 2등을 거머쥐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