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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못생긴 송혜교 처음인데"..'요즘 빛나는' 박지아를 발견한 '더 글로리'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3-05-01 16:36


"이렇게 못생긴 송혜교 처음인데"..'요즘 빛나는' 박지아를 발견한 '더…
배우 박지아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요즘 빛나고 있다"는 박지아의 말은 한치의 거짓도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이런 배우를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 글로리'를 통해 발견된 박지아의 활약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지아는 지난달 말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자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지아는 "고등학생 때 학예회에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중요한 사람이 된 것처럼 박수를 쳐주더라. 그 순간 제가 빛나고 있다고 느꼈다. 그 순간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는 요즘"이라며 근황을 전했다.

박지아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의 '동은이 엄마'다. 극중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의 전형적이지 않은 엄마 정미희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공포였을 정도로 극중 빌런 5인방을 뛰어넘는 진정한 빌런으로 활약했다. '더 글로리'를 마치고 스포츠조선과 만났던 박지아는 이에 대해 "공감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건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제가 표현을 해야 하니 마음 속으로 힘들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특히 문동은을 괴롭힐 박연진(임지연)의 새 고데기로 등장해 딸이 재직 중인 초등학교를 찾아가 두 팔읊 활짝 벌리는 모습은 여러 곳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로 확실한 명장면이 됐다. 그 장면을 여러 번 촬영했더는 박지아는 "30번을 넘게 촬영했다. 18년 만의 만남인데, 어떻게 해야 치떨리게 싫을지 생각했다. '사랑하고 보고 싶었어. 나에게 안겨'라는 느낌을 풍기면 너무 싫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못생긴 송혜교 처음인데"..'요즘 빛나는' 박지아를 발견한 '더…
배우 박지아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알코올 중독증 환자 연기도 일품이었다. 실제로 다수 시청자들은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소름이 돋았다"는 시청평을 남기기도. 박지아의 이런 연기들은 모두 탐구와 연습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박지아는 "자료를 찾다 보니 여러 버전이 있더라. 각자 사연도 있고. 그런 건 참고하는 수준이었고, 동은 엄마 정미희의 인생을 찾아가는 것이 저에게 숙제였다"고 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재회한 딸 송혜교와는 '더 글로리'가 초면이자 첫 호흡이었지만, 서로를 배워가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송혜교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문동은을 느꼈다는 박지아는 정미희 그 자체로 점차 녹아들어갔다. 박지아는 "촬영장에 혜교 씨가 서있는데, 검은 숲속에 바람을 맞으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한 여자 같았다. 불안한 듯 단단한 듯 캄캄한. 바람을 맞은 것처럼 서 있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동은이가 돼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렇게 못생긴 송혜교 처음인데"..'요즘 빛나는' 박지아를 발견한 '더…
배우 박지아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두 사람의 연기는 대립 장면에서 빛을 발했다. 문동은의 트라우마인 '화재'를 알아차리고 미친 듯 웃는 정미희의 표정이나 "그렇게 웃지 마!"라며 절규하는 문동은의 모습은 '더 글로리'를 완성한 진정한 명장면. 박지아는 "아주 행복했던 신이다. 송혜교 씨가 절규를 하는데, 내가 본 송혜교 중에 가장 못생겼지만, 아름다운 표정이었다. 망가짐을 신경쓰지 않는, 좋은 동지를 만난 느낌이라 너무 멋있었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극중 60세, 정미희를 표현하기 위해 박지아는 안 그래도 마른 몸을 7kg을 더 감량해 주름투성이로 만들어야 했다. 박지아는 "화면에 주름이 많이 나오더라. '저거야'라고 생각했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송혜교의 엄마였지만 평범하진 않았던 박지아는 "저는 센 역할을 많이 해왔다. 오히려 편안한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다 제 몫인 것 같다. 잘하니까 불러주는 거겠지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2002년 무대에 올라 연기를 시작한지 벌써 20년도 넘었다. 깊은 내공의 박지아는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배우. '더 글로리'를 통해 발견한 그에게 관객들이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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