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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국내에 에어로빅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는데 일생을 바친 이영숙(李英淑) 전 상명대 체육학부 교수가 26일 오전 3시33분께 강북삼성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0세(만).
1975년 8월 이화여대에서 한국여성체육학회가 주최한 전국 체육·무용교사 강습회에서 에어로빅 개발자 재키 소렌슨이 만든 '건강을 위한 에어로빅댄스' 12주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고인이 당시 소개한 에어로빅은 춤 형식이 아니라 준비운동과 6가지 운동, 정리운동으로 이뤄졌고, 걷기, 가볍게 뛰기, 무릎 들기 등 동작으로 이뤄져 있었다. 강습회 등을 통해서 확산되며 학생과 가정주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인은 1981년 타우슨주립대가 새롭게 개발한 '리드믹에어로빅댄스' 12주 프로그램을 배워 국내에 보급했다. 리드믹에어로빅댄스는 같은해 'MBC 아침방송 변웅전입니다'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마다 방영됐다. 고인과 상명여대 학생들이 3개월 동안 출연한 방송은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에어로빅을 전국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1982년 운동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고,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음악을 사용해 한국형 '신체적성 에어로빅스'를 만들어 보급했다. 1985년에는 동성제약㈜의 부설 기관으로 한국오리리건강에어로빅스연구소를 만들어 소장을 맡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사설 강습소가 생겨났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민생활체육진흥정책 추진에 힘입어 강습소와 저변 인구가 크게 늘었다. 비전문가 난립으로 부작용이 생기자 고인은 1989년 한국에어로빅스건강과학협회를 창립, 지도자 연수교재인 '에어로빅스 운동과학'(1990)과 전문잡지인 '계간 에어로빅스'(1990)를 펴냈다. 1990년에는 국가공인 제3급 에어로빅스 지도자 연수교육을 위탁받아 운영하기도 했다.
1993년부터는 대학에어로빅스축제를 개최했다. 2000년부터는 중국 옌볜대 학생들이 참가하며 국제대회로 발돋움했다. 2012년 자서전 '영원한 불꽃 세계로 날다'(코드미디어)를 펴냈고, 2016년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공로상을 받았다.
역시 에어로빅을 연구하는 딸 김동아 상명대 스포츠경영전공 교수는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율동 감각과 리듬감을 타고 난 분 같다"며 "미국의 에어로빅을 받아들였지만, 미국에 없는 독특한 한국의 에어로빅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유족으론 남편 김은태씨와 사이에 1남1녀(김동일·김동아)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3호실, 발인 29일 오전 8시30분, 장지 천주교 안성추모공원. ☎ 02-2258-5940
chungw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