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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싼 '쩐의 전쟁'이 마무리됐다.
일단 카카오는 SM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추진하고 있던 기업공개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카카오는 예정대로 1조 2500억원을 들여 26일까지 SM 지분 35%를 공개매수한다. 이는 과거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거론됐던 가격대(4000~6000억원)보다는 2배 이상 높은 가격인 만큼 경제적 부담은 커졌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딜이다.
카카오가 SM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 때문이었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부터 기업가치를 최소 25조원으로 보고 상장을 준비했지만 여러가지 대내외적 이유로 상장이 연기됐었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웹툰 웹소설 영상 등 콘텐츠 사업에 강한 역량을 보여왔으나 그것을 끌고 갈 수 있는 아티스트 IP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었다. 그런데 SM을 인수하기만 한다면 국내 최대, 최강의 IP를 확보하게 되는 만큼 기업가치가 대폭 상승한다. 목표한 기업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SM 인수가 필수조건이었던 셈이다.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 외에 카카오 자체의 플랫폼 사업 확장에도 SM은 중요한 카드다. 국내 최대의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글로벌 사업 확장, SM의 버블을 이용한 위버스 견제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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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로의 도약이란 미래 비전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카카오와 함께 세계 최고의 IP-IT 시너지를 창출하고 K팝 산업의 '넥스트 레벨'을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 또한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기 위해 자율적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거들었다.
사실 SM은 국내 최강의 엔터사였다. H.O.T,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각 세대를 대표하는 K팝 최강 병기로 군림했고 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전세계 핑크 블러드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로 대변되는 3세대부터 조금씩 힘이 부치더니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가 나온 4세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입지가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이수만이 외쳐온 중국몽, 그리고 이수만과 유영진을 중심으로 진행된 시대역행 프로듀싱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례로 갓더비트는 보아, 소녀시대 태연 효연, 레드벨벳 슬기 웬디, 에스파 카리나 윈터 등 SM 대표 걸그룹 간판을 모아놓은 회심의 그룹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최신곡 '스탬프 온 잇'은 '투 머치'라는 혹평 속에 차트인에도 실패했다. 특히 '거칠게 파'라는 가사는 '꾸짖을 갈'을 부를 정도로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이처럼 SM의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고인 물'을 버리고 새로운 비전과 세계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선언한 만큼 팬들의 기대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SM 3.0의 핵심은 이수만 1인 독점체제를 벗어난 멀티 레이블 체제로 전환한다는데 있다. 이수만 원톱 체제가 아닌 내외부 레이블의 독립적 창작활동을 통해 훨씬 빠르고 독창적인 앨범 제작이 가능해진다. SM은 2025년까지 활동 아티스트 21팀 이상, 연간 음반 출시 횟수 40개 이상, 연간 음반 판매량 2700만장 이상, 연간 공연횟수 400회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 주가 36만원, 매출 1조 8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인 육성에 속도를 내 올해 신인 걸그룹, NCT 도쿄, 신인 보이그룹, 가상 가수를 데뷔시키겠다는 목표다. 또 경쟁사인 하이브나 JYP엔터테인먼트와 비교해 상대적 열세를 보였던 북미시장 진출도 강화한다. SM은 카카오와 합작한 북미 제작센터를 설립해 내년 하반기 미주권을 거점으로 하는 신인 그룹을 데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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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이브는 SM 경영권을 포기하고도 그것을 확보하고자 이수만에게 약속했던 지분 14.8% 인수금액 4228억원과 이수만과 가족이 보유한 SM 자회사 드림메이커와 SM 브랜드마케팅 지분 700억원, ESG 사업에 10년간 100억원 지급, 남은 주식 3.6%의 매수 청구권 부여 등의 사항은 이행해야 하는 부담은 안게 됐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부담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 없이 SM 주식을 처분해 현금 및 1분기 영업외 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이브는 이번 합의로 플랫폼 협력이란 실익을 챙겼다. 현재 팬덤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이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버블로 양분돼있다. 그런데 플랫폼 협력을 통해 SM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입점하기만 한다면 K팝 팬덤 플랫폼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아니면 하이브가 별도로 디어유를 인수할 수도 있다. 위버스와 디어유가 통합한다면 K팝 IP 90%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만큼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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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이 하이브에 SM 지분을 넘기며 챙긴 돈은 약 5000억원 정도다. 이는 이수만이 원했던 매각 금액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이브에 매각하고 남은 지분 3.6%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하면 총 1043억원 가량의 금액을 추가로 챙길 수도 있다.
그 대신 이수만은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치욕을 당했다.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이수만이 라이크기획의 해외버전인 CTP를 통해 역외 탈세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또 '나무심기' 프로젝트 또한 이수만의 해외 부동산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수만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SM 소속 아티스트까지 이용했다고도 주장했다. 에스파의 컴백이 밀린 것 또한 이수만이 유영진에게 'SM 주요 발표곡에 나무심기와 관련된 가사를 넣으라'고 주문해 말도 안되는 곡이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특히 이성수 대표는 이수만이 나무심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서 카지노를 세우고 대마를 합법화 할 계획까지 했었다고 말해 파란이 일었다.
이수만 측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대응까지 불사할 방침을 밝혔지만 'K팝의 아버지'이자 '선생님'이라 불렸던 그의 이미지는 크게 추락했다. 여기에 NCT와 에스파 등 SM 소속 아티스트들도 수상소감의 단골 멘트였던 '이수만 선생님'을 빼며 '손절'을 암시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