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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정재일 음악감독이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을 밝혔다.
"무대 뒤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 나와도 될지 망설였다"는 정재일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았던 '기생충'의 음악 감독이 된 비하인드를 털어 놓았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면서 "'옥자'는 상상해서 만들어야 했다. '옥자'와 사랑에 빠졌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시나리오를 보고 든 내 생각과 감독님 생각을 듣고, 촬영장도 직접 가보고, 편집본에 딱 맞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다"면서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편집본을 보면서 즉흥 연주를 한다"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밝힌 정재일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어려운 요구에 대해 묻자, "'우리 음악은 걸어가다 깡통이 발에 차이는 느낌이 나야한다'고 했다"면서 "우리 음악은 그렇게 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어 영화 '기생충'의 '믿음의 벨트'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가 한 단계 도약하는 분위기다"면서 "우아한 바로크 형식을 취하돼, 어딘가 어설프고 가짜같은, 불안한 상황을 연출해야한다.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쌓아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7번 넘게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에, 정재일 감독은 "제가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 그 정도 퇴짜를 받는 편이다"라면서도 "8분짜리 곡이라서 힘들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정재일 감독을 '천재'가 극찬한 바 있다. 이에 "천재라기 보다 '근면하다'는 뜻이 있을 것 같다"는 겸손함을 보이며, "봉준호 감독이 천배는 더 섬세하다. 단 한번도 언성을 높이는 적이 없다. 7번의 음악 재제작도 감독님이 인내하셨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클래식 전공이 아님에도 이런 곡을 완성한 것에 대해 그는 "봉준호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쓰실 때 클래식을 많이 들으신다"면서 "바로크 스타일의 음악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작업을 위해 지휘도 유튜브로 배웠다고. 이에 정재일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17'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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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곡의 리코더 멜로디는 직접 불었다고. 이에 직접 연주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오프닝으로 6개 버전이 있었고, 훨씬 진지한 곡이 많았지만 유니크함으로 가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이 곡을 선택했다"는 비하인드를 덧붙였다.
천재적인 재능의 정재일 감독의 어린시절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기타리스트 한상원의 눈에 띄어 한상원밴드에 스카우트됐다"면서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고, 중학생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줬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가장 역할이 필요했다"는 그는 "그 나이에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런데 아르바이트가 주어졌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세션작업을 할 기회가 간간히 주어졌다"면서 "돈 받고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라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도 못 갔으니까 더 절박하게 학습하고 기회를 찾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는 그는 "음악은 저한테 생존이고 저의 삶이다"라고 정의했다.
정재일 감독은 영화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인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예술가로서 우리의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역사의 다음 세대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했을 때 계속해서 기억해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예술이 어떨 때 무력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예술을 사람 마음을 만져줄 수 있고, 한 개인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으니까 예술에 의해 감동받은 영혼들은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러려면 시작은 잊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olzllove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