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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김우빈, 이종석, 강동원, 그리고 장윤주와 정호연까지. '모델 출신' 배우의 계보를 박희정이 이어간다.
실제로 해외 컬렉션에서 활발한 모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희정은 지난 2012년 서울 패션위크에서 데뷔한 12년차 모델. 정호연과 함께 루이비통 월드 독점 모델로 발탁돼 2017년 패션쇼에 나란히 서는 등 모델 커리어에서는 다가올 자가 없을 정도. 극중 예선호 역시 국내 최정상급 모델로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비슷한 점 역시 많았다. 그러나 부담도 됐다. 처음 시도해보는 연기에 주연, 게다가 감정신도 대사도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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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상처에 모델로서 직업에 대한 고민들까지. 예선호는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인물. 박희정은 첫 연기의 감정신을 후반부에 몰아서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던 김정현 감독 등 제작진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감정신이 적은 것부터 먼저 촬영했다. 감독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신 거다. 그리고 넷이 친해지라고 모여서 과자 파티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주셨고, 또래니까 말 놓으라고 하시기도 했다. 서로서로 '야'라고 부르며 빨리 친해졌다. 특히 (최)민호는 동갑이고 생일도 같다. 감독님이 '너희는 생일도 같으니 친해져!'라고 하셨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생일 날 연락도 해주고 민호 팬미팅 때 우리 셋이 놀러 가기도 했다. 저는 주변에 배우 친구가 많지 않고, 저는 고등학생 때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를 듣고 보면서 컸기에 연예인 같았다. 저도 모르게 벽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친해져 보니 너무 장난기도 많고 배려심이 많았다. 또 촬영장 런웨이 신에서 모델 친구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 민호가 큰 히터를 구해와서 모델 친구들이 다같이 감동을 받은 적도 있다"며 칭찬을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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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은 또 공감되는 장면들과 감정들을 언급하기도. 극중 모델로서 쇼에서 배제되는 장면을 회상하며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리워서 한국에 들어오는 설정이었다. 그런 부분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외국에 있으면서 성공을 위해 해외에 왔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선호의 그런 모습들이 너무 속상해서 2차 오디션에서 엉엉 울면서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해야지'가 아니라 그게 너무 나인 것 같더라. 내가 오디션을 본 곳이 파리였고, 심지어 한국도 아니다 보니 감정이 올라와서 엉엉 울었다. 또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친구 넷이 자기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보통 친구들은 '난 뭘 하고 싶어'라고 말을 잘 못하는데, 이 친구들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있다 보니 '나는 톱모델이 되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래서 나도 이런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모델의 이야기다 보니 공감대를 쌓을 이들도 필요했다. 정호연과는 드라마 출연에 대한 조언도 얻었다고. 그는 "호연이에게 '나 지금 드라마 들어가는데, 걱정과 부담이 된다'고 했었다. 저보다 먼저 드라마를 해봤고, 또 너무 잘됐다 보니 '호연아, 나 촬영하는데 잘할 수 있겠지?'라고 했다. 그랬더니 '언니는 너무 잘할 것'이라고 얘기를 해준 게 너무 고마웠다. 외국에서는 전투를 함께하는 동지처럼 있었는데, 제가 볼 때는 우리 둘은 선택을 편한 길로 하지 않는 그런 동지다"라며 웃었다. 또 그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델 일을 할 때부터 알기 때문에 (장)윤주 언니가 되고 싶다고 해서 장윤주의 길을 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 다르잖나. 10년간 하면서 그런 걸 배웠고,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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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배우로서의 길이 더 소중하다. 박희정은 "연기를 하면서 너무 재미있던 것이 다른 캐릭터이고, 성격이 저와 너무 달랐다는 거다. 그런 캐릭터 하나 하나를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시놉시스로 보는 캐릭터는 어느 정도 큰 그림만 있고, 나머지는 다 제가 생각해서 캐릭터를 씌워야 하는 거잖나. 그래서 그게 너무 재미있더라. 저는 여러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외모만으로는 '세고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지만, 기본기를 단단하게 만들고 '저 사람이 저런 캐릭터를 한다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