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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영화처럼 살다 떠난 故강수연"…'정이' 연상호 감독이 말한 新SF 세계관(종합)

안소윤 기자

기사입력 2023-01-19 14:39 | 최종수정 2023-01-30 07:20


사진 제공=넷플릭스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독특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를 구축시킨 연상호 감독이 SF 영화 '정이'를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SF 영화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연 감독은 "'정이'를 고전적인 멜로 장르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눈물을 쏟으면서 볼 수 있는 멜로물에 SF 장르가 결합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 과정에서 윤서현 역할에 강수연 선배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선배 특유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톤의 연기가 제가 생각했던 부분과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전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정이'는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한국 영화계의 '큰 별' 배우 고(故) 강수연의 유작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 이후 공백기를 가지던 중 10여 년 만에 '정이'로 반가운 복귀를 알렸다.

연 감독은 "강수연 선배와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이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인연까지 강조하면서 구구절절하게 연락드렸다"며 "당시 제 문자에 답장을 안 하셨는데 스팸, 사기인 줄 아셨다고 하더라(웃음). 선배는 영화처럼 살다 떠나신 것 같다. 4살 때 배우로 데뷔한 이후, 본인에 평범한 어린 시절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마음에 크게 두질 않았는데,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마치 강수연 선배한테 전하는 메시지인 것 같았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 강수연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업 과정을 떠올린 그는 "강수연 선배는 현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무엇보다 타인에 폐 끼치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다"며 "후시 녹음을 모두 마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 때쯤 자리 한 번 갖자고 한 게 선배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정이'라는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다 마무리하고 가셨다는 게 선배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 놀랍고 신기했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이어 또 한 번 김현주와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연 감독은 "김현주의 연기력은 이미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검증이 된 상태였다"며 "김현주가 '지옥' 액션신을 위해 오랫동안 트레이닝을 해왔는데, 완성된 움직임을 조금밖에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또 '정이'를 새로운 프로덕션과 함께 하다 보니, 앞선 작업 경험이 없던 배우와 새로운 현장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현주의 로봇 연기는 신선하면서도 궁금증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연 감독은 "사실 '정이'라는 캐릭터의 캐스팅 그림이 잘 안 그려졌는데, 김현주가 헤어와 의상 테스트를 해보고 난 후에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그가 그린 '정이'라는 캐릭터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면서, 전사의 이미지를 완벽히 갖췄다"고 설명했다.


22세기 미래에서 펼쳐지는 뇌복제 실험이라는 소재로 상상력을 펼쳐낸 그는 "이번 영화가 SF장르라는 것만 제외하면 시청자들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주제라고 생각했다"면서 "대중과 완벽히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거의 축복에 가까운 재능인 것 같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점을 가장 크게 염두하고 작업을 한다면 과정이 즐겁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후속 편에 대한 질문에는 "저는 모든 작품의 뒷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쓰지만, 영화화하겠냐는 건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이 이야기의 후속을 작업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확답은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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