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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와 동시에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등극하며 30여년간 흔들림 없는 톱스타의 길을 걸어온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50). '제3의 전성기'라는 수식어도 부족할 정도로 황금기에 황금기를 더한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혹자는 그를 향해 온 우주의 기운이 쏠리다 못해 몰방해서 가능했던 성공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고 3대가 덕을 쌓았기에 맞이한 우연의 행운이라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저 노력 없는 운이 어디 있겠나. 최고의 순간을 위해 30년간을 공들인 준비된 자의 노력. 이정재의 화양연화는 8할의 노력과 2할의 운으로 만들어진 값진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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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팬데믹 시기에 관객이 극장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관객이 '헌트'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줬다. 여기엔 '헌트'를 향한 취재진과 평론가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열심히 만든 '헌트'인데 내가 노력한 이상으로 큰 사랑과 상을 받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올해 연말까지 정말 감사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정재 감독은 "이렇게 나열하니 정말 '오래 했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열심히 했구나' 자부심도 생긴다.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좋은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좋은 평가를 받고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운도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청룡영화상은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룡과 이정재라는 영화인의 인연이 상당하다"고 곱씹었다.
이어 "1995년도에 청룡영화상에서 첫 신인남우상을 받았는데 까마득하다. 27년 만에 다시 신인상을 받게 됐는데 돌이켜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27년 전 신인남우상을 받았을 때 기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신인 배우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 신인남우상이 아닌가? 그때는 정말 이런 일이 내게 생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흥분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다시 신인 연출자 이정재에게 신인감독상이라는 상을 줬는데 이 또한 의미가 깊다. 아무래도 기쁜 마음은 27년 전 첫 신인남우상을 받았을 때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 27년 뒤에 다시 신인상을 받으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마냥 기쁜 것보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져 생각도 많아졌다"고 말 못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앞으로 감독이자 제작자로 다시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겠나?"라는 질문에 이정재 감독은 "그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워낙 훌륭한 감독과 제작자가 많지 않나? 다만 앞으로 청룡에서 다시 수상의 기회가 온다면 갱상이 욕심난다. 요즘은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관객과의 만남을 유도하고 호응을 느낄 수 있는 대목도 갱인 것 같다. 훗날 기회가 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시나리오를 다시 써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다음 청룡 도전 상은 갱상을 목표로 잡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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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좋은 작품과 배우를 만난다는 게 앞서 언급한 대로 운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또 반대로 모든 걸 운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운이 따른다'며 말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저 부끄러워 '운이다'고 말을 아끼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를 보며 희망을 갖는 이제 막 시작하는 영화인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운을 운운할 수 없다. 나도 정말 부단히 노력했다. 계속 도전하고 실험하면서 연습하기도 했고 더블 체크에 트리플 체크까지 하면서 힘을 쏟았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잠을 줄여가면서 에너지를 집중한 시간도 있었다. 물론 공든 탑도 때론 무너질 수 있다. 다만 무너지더라도 일단 도전을 해야 하고 무너질 때 다시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땅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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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감독은 "에미상을 받고 '애콜라이트'까지 합류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덕분에 부담이 커졌다. '애콜라이트' 촬영하면서도 부담감을 많이 느끼면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해외의 배우, 스태프들과 호흡하며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사명감도 크다. 성공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 의미 있는 발자취는 남겼다고 생각한다. 부담감 속에서 작게나마 자리 잡은 자부심과 팬들의 격려를 힘입어 성실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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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리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정우성은 "내가 신인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것도 아닌데 오늘 시상식에서 왜 이렇게 심장이 나대는지 모르겠다"며 이정재 감독 못지않게 떨리는 마음을 털어놨다. 여기에 "나에겐 동료에게 좋은 상을 전해줄 기회가 생겨서 좋지만 이정재 감독 본인을 보고 싶은 분도 계실 테니 직접 전화를 걸어보겠다"며 현장에서 런던에 체류 중인 이정재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정재 감독은 정우성의 돌발 전화에 얼떨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정우성 덕분에 전화로 '헌트'를 사랑해준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전화 통화 수상소감이라는 이례적인 수상 명장면을 낳은 이정재 감독은 "일단 가장 먼저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했다. '헌트'를 사랑해준 관객에게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였는데 함께 못해 너무 아쉽더라. 마음 같아서는 촬영을 뒤로하고 청룡영화상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지 않나? 다행히 정우성이 재미있게 수상 무대로 만들어 줘서 고마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청룡영화상은 수상 결과를 절대 미리 안 알려주는 지독한 영화상이기도 하다. 나도 솔직히 수상까지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말의 수상 가능성에 기대하며 우리끼리 대리 수상자를 선발하고 어떤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리 수상자로 정우성을 세우자는 '헌트' 팀의 작전이 있었다. 나 역시 런던에서 실시간으로 청룡영화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청룡영화상이 끝나면 수상 결과를 정우성이 알려주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안 오더라. 시간상 신인감독상 발표가 끝났을 텐데 연락이 없어 내가 시간을 잘 못 계산했나 싶기도 했다. 또 '중간에 축하 공연이 길어졌나?' '다른 수상자가 애드리브 소감을 길게 하셨나?'라며 온갖 상상의 나래 속에서 정우성의 연락을 기다렸다. 정말 초조하더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진짜 기대를 못 한 수상이었다. 한창 패기 있는 신예 감독들의 경쟁이지 않나? 나를 제외한 신인 감독 중 한 분이 받을 것이라 예상했고 나도 마땅히 기뻐해 줄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그 순간 휴대전화에 정우성 이름이 떴다. 내가 생각했던 시간 보다 늦게 전화가 오길래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 화장실이 급해 밖으로 나온 김에 전화했나 싶었다. 정우성 성향 자체가 워낙 예의 바른 사람이라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시상식 도중에 나갈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청룡영화상 1부가 당연히 끝난 줄 알았고 휴대전화를 보면서 '올 것이 왔구나!' 외쳤다. 그런데 정우성이 수상해 무대에 올라왔다고 말하더라. 전화로 수상 소감을 하라고 하는데 순간 긴장과 떨림, 당황 등 온갖 감정이 몰아쳤다. 게다가 런던과 한국 통화 음질이 좋지 않더라. 정우성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또 당황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정말 많은데 전화는 툭툭 끊기니까 저절로 당황하게 됐다"고 진땀을 흘렸던 순간을 털어놨다.
한 편의 반전 드라마와 같았던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우성의 축하 인사 전화를 다시 받았다는 이정재 감독은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고 두 번째로 함께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날 청룡영화상에서 '헌트'가 스태프 부문 상도 받으면서 축하할 일이 많았고 정우성이 대표로 '헌트' 팀을 집결해 맥주 한잔 마시러 간다고 자랑하더라. 어찌나 부럽던지. 함께 하지 못해 속상했다. 이후에 '헌트'로 수상한 스태프, 그리고 생각나는 스태프들에게 한 분씩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태양은 없다' '헌트' 이후 세 번째 정우성과 재회할 작품에 대해서는 "주변에서도 많이 궁금해하고 우리도 준비는 매번 한다. 문제는 성사되기까지 잘 안돼서 문제다. '헌트'로 정우성과 함께하자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게 2008년이었으니까 개봉까지 14년 걸렸다. 나와 정우성의 투톱 구조의 시나리오를 찾기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많은 분이 기다린다면 다시 하고 싶다. 우리도 계속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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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