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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김은숙에게 두번 실패는 없다. 방심만 있을 뿐이다.
또 로맨틱코미디에 강점을 보이던 그가 장르물을 선보인다는 것도 걱정거리였다. 그의 전작들은 대부분 재벌이 사랑하는 이야기, 도깨비가 사랑하는 이야기, 군인과 의사가 사랑하는 이야기 등 로맨스가 주축을 이루는 스토리였다. 유일하게 정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2009년작 '시티홀'은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역시 김 작가에게 방심은 있어도 두번 실패는 없었다. '시티홀'로 실패를 맛본 김 작가는 이듬 해 '시크릿 가든'을 선보이며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더 글로리'로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서 웰메이드 복수극을 선보였다.
하지만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작품이기 때문에 PPL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 작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것이다. 무리한 PPL을 시도하면서도 늘 좋은 반응을 얻었던 김 작가가 PPL을 배제한 작품을 내놨으니 몰입도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촘촘한 전개와 다양한 상징, 시적인 대사가 강점으로 김 작가표 장르극의 신선한 매력을 경험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송혜교 임지연 이도현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몰입감을 높인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세상에 진짜 신이 있기는 한 걸까 의문이 들게 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언제 누구에게 벌 받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큰 관전 포인트"라고 전한 바 있다. 때문에 '더 글로리'는 복수극에서 가장 중요한 '카타르시스' 역시 제대로 잡았다는 평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