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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공항 터미널에서 18년 동안 머물러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터미널'에 영감을 준 이란 출신 남성이 77세 일기로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세리는 유럽 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파리 기차역에서 난민 관련 서류가 든 가방을 분실했다.
이후 영국 런던으로 입국하려던 나세리는 난민 서류가 없어 입국이 불허돼 파리로 돌려보내졌다. 프랑스 경찰도 나세리를 추방하려 했으나 국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문서가 없어 그를 파리 샤를드골 공항 터미널에 방치했다.
결국 나세리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18년간 공항에서 살게 됐다. 그는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고 일기를 쓰고, 지나가던 여행객들을 살펴보며 지냈다. 공항 직원들과 친해진 뒤로 직원 시설에서 샤워를 하기도 했다. 1999년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공항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공항에서 그와 친구가 된 이들은 오랜 터미널 생활이 그에게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1990년대 공항 소속 의사는 그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며 "이곳에서 화석화됐다"고 표현했다. 한 직원은 그를 '외부생활이 불가능해진 죄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사연은 할리우드의 스필버그 감독에게 영감을 줘 영화로 제작됐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널'에서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은 모국인 가상의 동유럽 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서류가 무효화 되면서 미국에 입국하지 못해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머무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날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나세리는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로부터 25만 달러(약 3억3천만원)를 받았다.
나세리는 영화사에서 받은 돈을 갖고 2006년 공항을 떠났지만, 프랑스의 보호소, 호텔 등지를 전전하다 사망 몇 주 전 공항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고, 사망한 나세리에게서는 수천유로(수백만원)가 발견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