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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별보다 아름다운 별,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이 슬픔 속 영면에 들었다.
가장 먼저 유지태는 "별보다 아름다운 별, 강수연 님의 영결실을 거행하겠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는 "아직 실감이 안난다. 그저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수연 선배를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들과 영화계 선후배들이 함께 해주셨다"고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김동호 장례위원회 위원장이 추도사로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믿기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황당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보내고자 한다"고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수연 씨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우리가 자주 다니던 만둣집에서 만난지 채 한달도 안됐는데, 건강하게 보였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처음 만난지 33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냈는데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나"라며 한탄했다.
고인과 한국 영화사를 함께 걸어간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 서둘러 떠났니. 편히 쉬어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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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소리는 "언니 잘가시길 바란다. 언니의 한국 영화를 향한 마음 잊지 않을 것이다. 언니의 가오도 목소리도 잊지 않을 것이다. 이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하자"고 눈물을 쏟았다.
강수연의 유작을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 그 자체가 한국 영화다. 무거운 멍에를 강수연 선배는 무거워하지 않았다. '정이'를 준비할 때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배우가 강수연이었다. 한국 영화의 아이콘이자 독보적인 아우라를 전하는 강수연밖에 떠올르지 않았다. 용기를 내 강수연 선배에게 제안했고 '한번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내게 굉장한 백이 생긴 기분이었다. 이 영결식이 끝나고 강수연 선배와 영원한 작별을 한 후 다시 편집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의 얼굴과 마주할 것이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동행하게 됐다. 선배의 마지막 백이 되어주겠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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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뤘고 상주는 강수연의 형제들이,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맡았다. 장례고문으로는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이 이름을 올렸고 장례위원으로는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한민, 김호정,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여성영화제),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승민,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익준, 예지원,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전도연, 장선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이 마음을 모았다.
한편 강수연은 1969년 4살의 나이로 동양방송 전속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방영된 KBS1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80년대를 대표하는 '하이틴 스타'로 거듭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985년 영화 '고래 사냥 2'(85, 배창호 감독)를 통해 성인 배우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87, 이규형 감독)를 통해 그 해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꿰차며 '흥행 스타'로 인기를 입증했다.
'하이틴 스타'에서 '청춘 스타'로 등극한 강수연은 1986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최초의 월드스타가 됐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89, 임권택 감독)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고, 1990년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89, 장길수 감독) '경마장 가는 길'(91, 장선우 감독) '그대 안의 블루'(92, 이현승 감독)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95, 오병철 감독) '처녀들의 저녁식사'(98, 임상수 감독)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특히 '경마장 가는 길'을 통해 제13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그대만의 블루'를 통해서는 제14회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를 통해 완벽히 재기, 시청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도 했다. 당시 '여인천하'는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고인의 연기 경력 최초 전인화와 함께 'S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을 맡기도 했던 그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정부의 간섭으로 위기에 처하자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2017년까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위해 헌신했다. 뛰어난 배우를 넘어 전 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린 스타였고, 강력한 리더이자 여성 영화인의 롤모델이었던 그는 최근 연상호 감독의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이'에 출연하며 11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알렸지만 안타깝게 타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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